이 기사는 2015년 12월 1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우발채무라는 유령이다. 주로 건설사의 부동산PF 자금 조달 과정에서 증권사가 유동성보강 등의 신용공여를 제공할 때 생겨난다. 말 그대로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채무지만 언젠가부터 증권사 신용도 하락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 등쌀에 기업공개(IPO), 회사채 주관과 같은 전통 IB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신용공여는 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입보증, 매입확약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그만이었다. 수수료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신용장사'에 주력해 왔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이기 시작했고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PF-ABCP 등 기존 유동화증권의 차환도 어려워졌다.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전자단기사채 발행금리가 40~50bp 이상 뛰기도 했다.
당장 쌓이고 쌓인 증권사들의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조단위 규모 뿐만 아니라 우발채무 비중이 이미 자기자본의 100% 이상을 넘긴 곳들도 수두룩하다. 유동화증권 차환실패 등으로 증권사가 떠안을 수 있는 손실이 자기자본을 전부 쏟아부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우발채무와 관련해 증권사 신용등급을 아직 조정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일부 증권사들의 등급이 떨어지긴 했지만 우발채무가 주된 요인은 아니었다. 그 동안 증권사가 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통해 신용평가사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해 왔던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등급 강등에 대한 시그널은 부쩍 커졌다. 각종 리포트 등을 통해 증권사 우발채무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아예 구체적인 트리거(trigger) 기준까지 새로 만들었다. 보고서에 실명이 거론된 일부 증권사들의 우발부채는 이미 시장에서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다.
해당 증권사들은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 하다. 손실이 현실화된 것도 아닌데 신용평가사들이 위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불만을 토로한다. 어쩌면 내부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더 이상 통제가 안되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신용공여 업무가 IB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나면 이미 늦을 것이다. 우발채무 부담이 배가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내부 관리 기준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무리한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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