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18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에도 한국물 발행사들의 표정은 대체로 평온한 듯하다. 시점이 문제였을 뿐 이미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달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큼의 재료는 아니라는 이유다.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조달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던 기관들의 전략이 구체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관건은 금리 인상 속도다.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상승 속도와 FED의 목표치 간에 존재하는 간극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인상이 완만하게 이뤄진다면 국책은행 등 우량 기관이 끌고가는 한국물 시장의 특성상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은 장기물 위주로 투자자 모집에 다소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인상, 예고된 재료…하반기까지 연착륙 가능"
2015년 한국물 발행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 외부 변수가 부각될 때마다 위축됐다. 연간 발행액은 238억 달러(2015년 12월 10일 기준)로 2011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300억 달러에 못 미쳤다. 연간 만기도래액(285억 달러)을 감안하면 순발행액은 -47억 달러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97억 달러)과 한국산업은행(35억 달러) 등 국책은행 발행 비중이 60%로 예년의 50% 수준보다 증가했다. 공기업 및 일반기업의 발행이 상대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발행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국책은행 등 빅이슈어들의 경우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2016년 조달 전략을 준비하고 있어 차환 목적의 발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6년 만기도래액은 293억 달러로 소폭 늘어난다. 만기구조는 상반기(145억 달러)보다 하반기(174억 달러)에 좀더 쏠려 있다. 특히 9월(48억 달러)과 10월(43억 달러)의 비중이 높다. 때문에 미 기준금리 인상이 상, 하반기에 걸쳐 완만히 이뤄진다면 시장 상황을 반영해가며 발행 통화와 만기구조, 금리 수준 등을 조율할 여지가 있다.
다만 공기업 및 일반기업의 조달 전략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롯데쇼핑, 포스코, 기아자동차 등 2010년 전후 외화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만기 시점이 돌아오지만, 원화 조달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굳이 달러화채권 시장에 나설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포함한 다수 국내 기업이 2015년 실적부진 및 신용등급 하락을 겪으며 외화차입에 나설 여력이 줄어든 점도 부정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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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 하향 예상…"장기물 발행 활성화, 금리인상 속도와 반비례할 것"
2016년 한국물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는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사례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국채금리가 낮은 시장에서는 신흥국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가 상승한 반면 반대의 상황에서는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2015년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국제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나서며 대외건전성이 강화된 점 역시 가산금리 상승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다만 실제 FED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만기구조별 전략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년 이상 장기채 발행 비중은 25.5%, 5년물이 30.7%, 3년물이 23.5%를 차지해 중기채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 방향을 지켜보려는 전략을 펼치며 중기채에 대한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예상하는 평균 금리 인상 속도대로라면 2015년 12월 25bp의 인상 이후 2016년 말까지 총 125bp가 오를 것(기준금리 1.25%)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성장 부진을 포함해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보다 빠른 속도의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단기물보다 장기물의 가산금리 상승폭이 느린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장기채권 발행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빠를 경우 장기물 위주로 투자자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관계자는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 시장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며 "예측가능한 시장이 이어질 경우 달러화 비중이 높은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이종통화 시장 스왑 여건을 감안해 유로화나 엔화 등 대체 조달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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