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위축, 순상환 기조 뚜렷..2016년 전망은 발행량 5년 내 최저, 달러화 편중…코코·커버드본드 등 마중물 딜 이어져
정아람 기자공개 2015-12-29 08:15:50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한국물 시장은 국책은행 등 우량 금융기관의 역할이 커진 반면 일반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활동은 줄었다. 대부분 발행사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같은 변수가 부각될 때마다 몸을 사리는 쪽을 택했다. 발행 통화 역시 미국 달러화 위주의 안정적 조달이 주를 이뤘다.주요국 통화 정책을 감안하면 2016년에도 한국물 시장은 달러화채권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월 한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기점으로 위안화채권 시장이 국내 기관의 새로운 주요 조달처로 부상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국책은행·달러화채권 비중 늘어…위안화 발행 증가
2015년 국내 기관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Korean Paper, 이하 한국물)은 2015년 12월 현재 총 238억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이래 최소 규모다. 2011년 이후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연간 만기도래액285억 달러에도 한참 모자란 순상환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발행 비중은 60%로 예년의 50% 수준보다 10%포인트 가량 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일반 공기업과 민간기업 발행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발행사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예고될 때마다 발행 시기를 늦추는 등 시장 상황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전략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발행 통화는 G3통화(달러, 유로, 엔) 비중이 2014년 84%에서 79%로 감소(국제금융센터 집계)했다. 달러화 비중이 2013년 53%에서 2014년 71%로 증가한 이후 2015년에도 7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와 엔화는 전체 중 7%로 전년 대비 줄었다. 국내 발행사의 경우 유로·엔화로 조달한 자금을 스왑을 거쳐 달러화나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2015년에는 유로·엔화를 달러화로 스왑하는 비용이 증가(스왑 베이시스 하락)하면서 해당 통화 조달 이점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위안화채권 비중은 총 11%를 차지해 2014년의 1%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부분 딤섬본드와 포모사본드 등 역외위안화 시장에서의 조달 증가에 따른 것이다. 12월에는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외평채 형태로 위안화채권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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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티어1 코코본드·국민銀 커버드본드…'마중물' 딜 이어져
2015년에는 새로운 형태의 채권 발행 시도가 여럿 눈에 띄었다. 우리은행의 티어1 코코본드,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6월 국내 기관 중 처음으로 해외에서 티어1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바젤Ⅲ 도입 이후 대규모 보통주자본비율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국내에서는 5~6월에 은행 및 금융지주의 코코본드 수요예측이 몰리면서 투자수요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기존 티어1 코코본드 시장은 스페인, 독일, 스위스, 영국 등 유럽계 은행이 발행한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유럽은행보다 티어1 코코본드의 상각조건이 상대적으로 엄격해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내세워 해외 투자자들을 공략했다. 결과적으로 2015년 3월 스웨덴 Nordea 은행이 발행했던 티어1 코코본드(금리 5.25%)보다 낮은 쿠폰 5.00%, 일드 5.00%에 5억 달러 규모 발행을 결정지으며 당시 바젤Ⅲ 도입 이후 발행된 티어1 채권 중 가장 낮은 금리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9월 달러화채권 형태로 국내기관 최초 법제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장기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고 향후 조달처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선순위채권 외에도 조달 방식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연초부터 신중하게 타이밍을 모색한 결과 발행 예정 규모의 160% 가량 투자 수요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발행한 싱가포르 DBS은행 커버드본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지역에 쏠린 반면, 국민은행은 미국에서 51%,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38%의 투자수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은행이 지급보증을 제공한 영구채 조달도 활발했다. 신세계가 5월 3억 달러 규모 영구채를 발행한 데 이어 11월과 12월에는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 해외 자회사의 영구채 발행이 뒤따랐다. 신세계의 경우 국제신용등급이 없어 국민은행이 지급보증을 섰다. 대한항공과 두산파워시스템의 경우 자력으로는 해외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 후방지원에 나섰다.
특히 대한항공과 두산파워시스템 영구채의 경우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기간이 짧고 스텝업 금리가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르기도 했다.
◇달러화·우량기관 편중 계속될 듯…위안화 위상 높아질까
현재로서는 2016년 한국물 발행시장은 여전히 우량기업의 달러화채권 위주 발행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조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다수 기업이 실적 부진 및 신용등급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 차입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유로화와 엔화채권 시장 역시 당분간 활기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ECB와 BOJ가 계속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가 계속될 경우 스왑 베이시스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유로화와 엔화 조달 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채권 발행은 중국 본토와 역외 모두에서 계속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다본드 시장은 아직 관련 제도가 정비돼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부의 외평채 딜을 계기로 점차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만과 홍콩 등 역외 위안화시장은 당분간 스왑 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꾸준히 찾는 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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