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28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동아원은 300억 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상환 기일인 18일 상장채권은 곧바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며칠 뒤 부랴부랴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말 그대로 채무불이행. 디폴트다.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한 그날 이후,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동아원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C등급까지 6~8노치(Notch) 가량 강등시켰다. 하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 분명한 디폴트 상태였지만 신용평가사들은 'D' 등급으로의 하향만은 보류했다. 왜일까.
워크아웃 논의 등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는 옹호론도 있다. 하지만 비판적 해석도 팽배하다. 신용등급의 정의에 어긋나는 관행적 평정, 혹은 부도율 관리를 위한 소극적 평정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동아원이 상환기일인 18일까지 회사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은 이미 명백해 보였다. 그러나 이틀 전까지도 두 신용평가사는 BBB-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했다. 와치 리스트(Watch List) 등재 등 어떤 시그널도 주지 않았다.
최근 한계 기업에 엄격한 잣대를 대며 등급을 하향시키던 신평사의 모습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다. 동아원의 당시 현금성자산은 37억 원뿐이었다. 대주주인 한국제분의 인수의향자들에게 대납을 요청했지만 줄줄이 거절당했고 산업은행의 지원도 50억 원에 그쳤다. 자체적인 신용도로 회사채를 차환하거나 상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시장에서도 동아원의 상환 능력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다. 특히 12월 들어서는 산은의 지원 없이는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어느 신평사도 회사채 상환기일 직전까지 신용등급에 이러한 위험을 반영하지도, 경고음을 내지도 않았다. 채무불이행이 현실화될 때까지 두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과거 웅진사태, KT ENS의 사기사건, 그리고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까지,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알리지 못한 신평사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과거 사태에 관해서는 최소한 변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이 제공하지 않은 재무정보나 직원의 사기행각까지 신평사가 포착하기란 어려웠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재무지표, 외부의 지원여부, 시장의 평가 등 디폴트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 드러났다. 이 정보를 가지고도 신평사는 디폴트 직전까지 '투자해도 된다'는 평가를 거두지 않았다.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만난 신평업계 종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용등급은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기업에게 적시에 위험성을 고지해야 하고, 투자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적정한 등급을 줘야 한다."
동아원 사태에서 신평사들은 신용평가의 생명이라 할 등급평정의 적시성도, 적정성도 모두 놓쳤다. 올 여름,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로부터 비판의 화살을 받아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자성의 목소리가 그새 사그러든 걸까. 실효성있는 평정으로 신용평가사가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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