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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자신감, '신뢰'로 이어질까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5-12-30 10:13:13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해 정말 답답했습니다.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다 말하겠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KDB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기 위해 8년 만에 기자 앞에 섰다. '인사이트펀드' 이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언론노출을 극도로 꺼렸지만 대우증권 인수라는 경사를 앞두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다.

박 회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장장 2시간여 동안 강단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혼자 받아내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은둔생활을 하며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해갈이라도 하듯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청산유수와도 같았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국내 최대 금융사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플레이어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 국내 금융산업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 등을 얘기할 때는 이미 초대형사 수장으로서 한국의 금융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까지 엿보였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대한민국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니 저를 믿고, 또 미래에셋을 믿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박 회장은 최선을 다해 금융산업 발전에 온 힘을 쏟겠다며 미래에셋의 진심과 목표를 믿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배구조 문제나 노조 갈등 등에 대해서도 편향된 시각 말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듯 박 회장은 핑크빛 미래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다소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감성적인 호소로 기자들과의 2시간여 대화를 이어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고위임원 역시 '기자들이 미래에셋에서 단 몇주만이라도 인턴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을 정도다'며 정말 좋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그런데 신뢰는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래에셋은 벌써 잊은걸까.

박 회장이 마지막으로 언론과 만났던 지난 2007년에도 차이나솔로몬펀드, 인사이트펀드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이내 펀드 성과가 크게 하락하며 어려운 시간을 겪었고, 이후 8년동안 언론 앞에 나서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원성과 질타가 빗발치던 그 때, 결국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박 회장이 호소했던 '말하지 못해 답답한 것'은 그 누구도 원하던 일이 아니다. 미래에셋과 박 회장 스스로 만든 일이었다. 대우증권 인수에 따른 자신감, 잔뜩 고무된 의욕, 원대한 목표와 포부, 모두 다 좋다. 그러나 말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고 실천이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우증권 인수 후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 그동안의 무노조 원칙을 깨고 대우증권 노조도 포용해 나가겠다는 것, 그 누군가의 잇속이 아닌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것. 박 회장이 직접 약속한 이 모든 다짐을 최선을 다해 이행하길 바란다.

창립 15년만에 대한민국 최대 금융사로 성장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자신감, 그저 '말'뿐이 아닌 '신뢰'로 이어지도록 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초대형사의 '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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