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 백화점, 이랜드를 만나다 경기둔화로 생사 갈림길 ,'한류+컨텐츠' 접목 아울렛쇼핑몰 변신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7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15일 오후 중국 상하이 도심 주변에 위치한 창닝지구의 한 쇼핑몰. 매장에서 빠른 비트의 K-POP이 연신 흘러나왔다. 고개를 돌리니 '스파오'와 '믹소', '68' 등 낯익은 SPA 브랜드가 눈에 들어온다.
매장 한 켠에는 뉴발란스, 나이키 등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 1층 목 좋은 자리에는 코치넬리(Coccinelle), 판클(FANCL), 판도라(PANDORA)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들어섰다. 한국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매장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져 있다.
마치 한국의 쇼핑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사이를 중국 인민들이 활보한다. 가는 곳마다 학생과 젊은이, 노인,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인파로 북적거린다.
◇대륙에 선보인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몰'
이랜드가 중국에 최초로 선보인 유통점 '팍슨뉴코아몰'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하이 포동과 포서를 연결하는 지하철 2호선과 연결된 창닝지구에 들어선 팍슨뉴코아몰은 당초 중국 백성그룹이 4년 동안 백화점으로 운영하던 매장이다. 작년 7월 이랜드와 합작하고 쇼핑몰로 전환했다. 이랜드가 51%, 백성그룹이 49%의 지분을 각각 갖는다. 백성이 건물과 자본금을 제공하며, 이랜드가 모든 운영 주도권을 갖는다.
팍슨뉴코아몰에는 모두 2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 가운데 이랜드와 백성의 자체 브랜드가 각각 35%, 5%이다. 지하1층에 지상 5층 규모로 영업면적은 약 5만㎡이다.
쇼핑몰은 크게 동관과 서관으로 나뉜다. 동관은 30~4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명품 직매입 매장인 럭셔리 갤러리와 중화권 유명 귀금속 브랜드인 조다프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서관에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이랜드의 10여 개 SPA 브랜드와 3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한국 화장품과 패션 편집숍 등도 입점해 있다. 이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기존 백화점 대비 30~7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
◇낡은 백화점에 '재미'를 불어넣다
매장을 한 바퀴 돌아 서관 3층에 오르자 낡은 청바지 문양으로 디자인한 쇼파가 보인다. 매장 통로에는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옷가지를 진열해 놨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쇼핑몰 풍경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다. 백화점 중심의 중국 쇼핑몰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한 구조의 MD 구성을 갖고 있다.
이랜드는 이처럼 무미건조한 중국의 쇼핑몰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명품 직매입매장을 선보이고 다양한 SPA와 편집샵, 차별화된 외식브랜드, 유아 체험 콘텐츠 등을 구현했다. 경기둔화 여파로 중국 백화점 사업이 맥을 못 추자 콘텐츠를 가미한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몰을 들고 나왔다. 사양길에 접어든 백화점 사업의 틈새를 파고든 셈이다.
특히 대륙의 한류열풍은 이 같은 전략의 유용한 도구가 됐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을 비롯한 다수의 중소 패션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는 한국 트랜드 편집샵 등을 입점시켰다. "한국의 트렌디한 옷을 입고 싶은데, 인터넷에서만 보고 사기 어렵다"는 중국인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패션 액세서리 업체인 레드아이(RED EYE)와 의류 편집샵 트위(TWEE), 난닝구(NANING9), 여성 캐주얼 브랜드 인더그레이(in the gray) 등이 대표적이다.
쇼핑몰을 찾은 쟝사오칭(28·여)은 "상하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질 좋은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며 "중국에서 유명한 한국 인터넷 쇼핑몰 브랜드를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팍슨뉴코아몰의 하루 평균 매출은 하루 8억 원이다. 한 달간 매출이 24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면 연간 매출이 30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팍슨백화점 당시 매출 보다 2배가량 많은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인 만나리나덕과 이니스프리 등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난닝구, 슈펜, 스파오 등도 인기 상품이다.
이승호 중국유통사업부 총괄 부장은 "중국에 들어선 대부분 아울렛이 도심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품질이 뛰어난 고급브랜드를 도심 한복판에서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초저가할인 '백토리' 12억 中 서민층 겨냥
팍스뉴코아몰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기존 백화점 대비 30~7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 검증된 제품을 직매입으로 확보해 중국 현지에 내다팔고 있다. 동시에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의 질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저가 셀프형 메가샵으로 브랜드 할인 상품들을 판매하는 ‘백토리'를 운영 중이다. 백토리는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의 12억 서민층을 겨냥한 매장이다. 매장에 진열된 물건은 중국 내 전체 백화점 중 최저가 상품이다. 유명 브랜드를 반값에 살 수 있다. 중국 맞벌이 등을 고려해 오후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할인행사를 기획, 집객효과를 최대화했다. 매장 오픈과 동시에 현지인들이 곧바로 4층 백토리 매장을 찾을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랜드는 2020년까지 중화권에 이 같은 형태의 쇼핑몰을 1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연내에 중국 상하이와 북경 등 주요 도시에 10여 개를 추가로 오픈한다. 중국 이랜드는 오는 2020년 중국에서 총매출 25조 원을 올릴 계획이다. 신성장 핵심인 유통 사업에서만 15조 원 이상의 매출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랜드는 이날 팍슨뉴코아몰 그랜드 오픈식을 가졌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쫑팅선(Zhong Ting Sen) 백성그룹 회장, 한석희 총영사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