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탈을 쓴 전문계약직…씨티銀 내부 반발 개인성과급 제도 이미 수년째 운영…구조조정 가능성 제기도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이 본점 부서장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내세우자 은행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개인 성과보상체계를 마련,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성과주의를 임직원 계약직 전환과 연계시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일부 직원들은 성과주의 도입 명분은 전문계약직 전환 추진의 명분을 쌓기 위한 끼워맞추기에 불과하고 회사측이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본점의 일부 부서장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전환 대상은 본점 부서장 53명 가운데 13명이다. 소비자금융 부문을 대상으로 성과가 좋고 업무상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부서장에게 전환을 제안했다.
씨티은행 직원들은 회사측이 내세운 '직원 보상'과 '성과주의 문화 정착'이란 명분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IPA(Individual Performance Award)라는 철저한 개인 성과주의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성과주의'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IPA라는 개인성과급 제도가 이미 안착돼 운영되고 있는데 성과 보상을 위해 전문계약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전문계약직 전환을 밀어붙이기 위해 내세운 명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IPA는 씨티은행만의 독특한 성과주의 시스템이다. 은행의 경영 성과에 상관없이 개인별 업무 실적에 따라 특별 상여금을 주는 시스템이다. 성과평가 결과에 따른 상여금 지급률 범위가 넓어 같은 호봉의 직원이라도 연봉의 30~40% 가량 차이가 난다.
이번에 시행하는 전문계약직 전환은 성과에 따라 연봉을 어느 정도 상승시켜 '성과주의' 취지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으나 새로운 성과 보상체계는 아니라는 게 일부 직원들의 판단이다. 기본 직급 상승도 거론되지만 전환 대상이 부서장으로 제한된 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성과 보상체계가 이미 갖춰져 있는데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또 다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듯한 제도를 성과주의 도입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앞선 노조 관계자는 "IPA를 통해 매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을 해 왔고 다른 은행에서도 (성과주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미 우수한 성과주의 시스템으로 검증을 거쳤다는 반증이다.
씨티은행 일각에서 회사측이 구조조정과 같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기 때문이다. 향후 구조조정 대상 1순위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전문계약직 전환 대상을 현재 본점의 부서장으로 제한했지만 향후 낮은 직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본부 직원의 경우 예외적으로 노사간 협의를 거쳐 전문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전문직 전환은 성과주의 문화 정착 및 부서장의 역할과 기여도에 맞는 보상을 목적으로 한다"며 "구조조정과는 전혀 무관하며, 희망하는 직원에게만 전환 기회가 부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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