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20년, 신영의 '뚝심' 통했다 [신영, 가치투자 외길 20년]①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표방'...최고 액티브펀드 운용사로 '우뚝'
박상희 기자공개 2016-02-23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17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신영자산운용이 회사 설립 스무 돌을 맞았다. 시장이 요동치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도 흔들리지 않고, 가치주·배당주에만 집중했던 세월이다.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새 대형 종합자산운용사를 제치고, 펀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액티브 주식형 수탁고가 5조 원을 넘는 국내 유일의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가치투자'하면 신영을 떠올릴 정도로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해졌다.
◇ 액티브주식형 수탁고 5조3천억으로 국내 '최고'...대형 종합운용사 제쳐
1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의 국내 액티브주식형펀드(공모 기준) 수탁고는 5조 3284억 원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 유일하게 5조 원을 넘는다. 대형 종합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4조9054억)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3조5736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신영과 라이벌 관계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조7373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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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산운용의 전체 수탁고는 7조 원을 조금 넘는데, 액티브 주식형펀드 비중이 80%에 달한다. 나머지는 채권혼합형(1조1500억 원), 주식혼합형(3078억 원), MMF(1491억 원) 등이다. 신영이 얼마나 액티브 주식형에 포커스를 둔 회사인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액티브 주식형펀드를 외면하고 있지만, 신영만은 예외다. 회사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가 일정한 5000억 원 이상의 대형펀드 수탁고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국내 최대 주식형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도 순자산 3조 원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모멘텀 투자 하지 않는다는 원칙 지켜..판매사·투자자 신뢰도 상승
비결은 다름 아닌 신뢰다. 신영자산운용이라면 경제 환경이나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저평가된 우량한 기업을 골라 장기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투자자와 판매사에 확실히 형성된 것이다.
흔히 가치투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모멘텀투자를 이야기한다. 당연한 얘기자만 신영은 주식시장의 방향성에 편승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든 시절도 있었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석유화학·정유)' 관련 종목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던 2011년, 펀드 수익률은 반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빗발쳤고, 회사는 고뇌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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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이 때를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신영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허남권 부사장도 당시 회사를 떠나야할 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직전 년도에 2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대표펀드 수익률 1년 만에 3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했다. 고난의 시절을 거쳐 2012년부터 펀드 수익률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한참 힘들던 시절에 투자 원칙을 지킨 것이 나중에 펀드 성과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면서 "당시 주식 시장에 편승하는 선택을 했다면 당장 펀드 성과는 올라갈 지 몰라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되겠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 1996년으로 '신영투자신탁운용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창립 이래 줄곧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라는 투자철학을 실천해 왔다.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줄곧 이야기 하는 "주식은 단지 유가증권이라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훌륭한 기업과 함께하는 '동반자 티켓'"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많은 이들이 주식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의 원조는 다름아닌 워런 버핏이다. 버핏이 매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주주서한을 엮은 책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원제:The essays of Warren Buffett::lessons for investors and managers)'의 제목이기도 하다.
신영자산운용 역시 워런버핏처럼 기업의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내 장기투자를 하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회사다. 워런 버핏이 설립한 버크셔 헤더웨이(Berkshire Hathaway Inc.)가 롤모델이었던 셈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창립 20주년인 올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투자자 포럼(운용성과보고대회)을 개최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신영은 올해를 계기로 매년 투자자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워런 버핏이 한 말 중에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지만,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20년이란 세월에 걸쳐 가치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로 거듭난 신영자산운용의 향후 20년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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