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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이탈? 신영 들어오면 안 나가요" [신영, 가치투자 외길 20년]③ 매니저 경력·근속연수 업계 상위권..허남권 부사장, 20년 근속

박상희 기자공개 2016-02-24 09:42: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19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의 핵심 경쟁력은 매니저의 능력과 자질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용사들이 우수 인재 영입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사 등 여타 금융권에 비해 인력 이동이 훨씬 더 잦은 곳이 운용 업계이기도 하다.

신영자산운용은 매니저 이탈이 적기로 소문난 곳이다. 신영에 입사하면 웬만하면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매니저의 평균 경력과 평균 근무기간이 전체 자산운용사 중에 톱 티어 그룹에 속한다. 가족 같은 조직문화에 힘입어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로열티가 강한데다, 매니저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 매니저 평균 경력·근속일수 상위권..허남권 부사장, 20년 근속

1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신영자산운용에 소속된 책임운용역 및 부책임운용역은 모두 1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매니저의 평균 경력은 8년 10개월, 평균 근무기간은 7년 11개월로 나타났다. 50개가 넘는 자산운용사 가운데 상위권에 드는 성적이다. 평균 근무기간은 등록된 매니저 수가 10명 이상인 자산운용사 가운데서는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12명 가운데 매니저 전체 경력과 근속 기간이 일치하는 매니저는 8명으로 나타났다. 신영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펀드 매니저 업무를 시작해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다는 의미다. 또 12명 가운데 신영자산운용에서 10년 차 이상 경력을 지닌 매니저만 절반인 6명에 달한다.

신영 매니저
*출처: 금융투자협회
우선 신영자산운용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허남권 부사장이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1996년 8월 1일 설립됐는데, 허 부사장은 같은 해 8월16일 매니저도 등록돼 현재까지 회사의 CIO이자 주요 펀드의 책임 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 설립 20년 동안 줄곧 '신영맨'으로 살아온 회사의 살아 있는 화석 같은 존재다.

그밖에 원주영(15년 4개월), 김대환(14년 9개월), 박인희(9년 8개월), 김화진(9년 4개월), 고도희(9년 4개월) 매니저 등이 신영에서만 10년 차 이상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 중 KB자산운용에서 이직한 박인희 매니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모두 신영자산운용에서 매니저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원주영, 박인희, 김대환 매니저는 각각 연금가치본부, 배당가치본부,마라톤가치본부의 본부장직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운용본부의 핵심 인력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여성 매니저 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영에서만 10년 차 이상 경력의 매니저 6명 가운데 원주영·박인희 본부장, 김화진 팀장, 고도희 선임 등 무려 4명이 여성이다. 경쟁사의 여성 매니저는 "신영자산운용은 여성 매니저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운용사로 꼽힌다"면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 가족 같은 조직 문화...경영진 인센티브, 직원들에게 나눠줘

그렇다면 유독 신영자산운용의 이직률이 낮고 직원의 로열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안팎에서는 가족 같은 조직 문화를 첫 손에 꼽는다. 허 부사장을 비롯해 이상진 사장, 나찬권 리스크관리본부장 등 회사의 핵심 인력 대부분이 최사 창립 초창기 멤버들이다. 회사의 주요 매니저 절반 이상도 최소 10년 이상 신영에서만 몸 담아왔다.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조직 문화가 형성됐고, 흔들림 없이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조직문화는 신영자산운용의 모회사인 신영증권에서부터 이식됐다. 허 부사장을 비롯해 초창기 설립 멤버 대부분이 신영증권에서 넘어왔다. 독립계 오너 경영 체제인 신영증권 역시 가족 같은 조직문화가 일찍부터 자리잡았다. 회사 최고 경영진이 회사 말단 직원의 경조사까지 일일이 챙길 정도다.

신영자산운용의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14년 신영은 1세대 배당주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이 조 단위가 넘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회사의 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회계 결산년도에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나눠주는데, 경영진이 자신들의 인센티브 지급률을 낮춰 일반 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갈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경영진의 인센티브 지급을 낮추자는 것은 허 부사장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허 부사장이 후배지만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아마 일반 직원들은 이런 속사정을 잘 모를텐데, 이런 게 바로 신영의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운용본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니저 개개인의 역량을 믿고 자율권을 보장해 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한다. 허 부사장이 몇 년 전 회사 전체 펀드의 운용을 총괄은 하지만 개별 펀드 운용은 맡지 않고 직원들에게 전담토록 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펀드 성과가 극도록 나빠질 경우에는 직접 소방수로 뛰면서 진화에 나선다. 그렇다고 일시적으로 성과가 나쁜 직원을 바로 질책하는 야박한 문화는 아니다. 장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만큼 직원 평가 역시 장기 성과에 비중을 둔다.

홍순모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이사는 주니어 시절을 신영자산운용에서 보냈다. 가치주펀드가 주력인 신영에서 성장주펀드를 담당하던 홍 이사는 대형 성장주펀드를 운용하고픈 생각에 회사를 떠난 케이스다. 홍 이사는 "주니어 매니저 시절을 신영자산운용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허남권 부사장 밑에서 펀드 매니저가 뭘 하는 사람인지, 펀드 운용이 어떤 업무인지에 대한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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