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26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1990년 대에 일본 소니(SONY)를 인수한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두산인프라코어에게 두산밥캣은 어떤 의미일까. 몇 해 전 두산인프라코어에 15년 간 몸 담고 있던 한 지인에게서 해답처럼 들었던 말이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 들어 기업 DNA를 완전히 바꿨다. 국내 대표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전문 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 중심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있다. 두산그룹은 가업(家業) OB맥주를 판 자금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사들였다.
대우종합기계는 국내 굴삭기·지게차 등 중장비 시장 1등 기업이었다. 시장 점유율 50%로 국내 시장에서는 맞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눈은 해외 시장과 미래를 향해 있었다.
'글로벌 NO.1'을 목표로 확장 전략을 펼친다. 오랜 고민 끝에 두산그룹이 던진 승부수가 바로 밥캣 인수였다. 밥캣은 글로벌 소형 중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던 미국과 유럽에서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다. 기술력 또한 최고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인수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임직원들이 가장 크게 놀랐다. 꿈에 그리고, 동경해 마지 않았던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꿈은 현실이 됐고, 두산인프라코어는 명실공히 글로벌 1등 기업이 됐다.
2007년 인수 후 글로벌 전략을 막 펼치려던 즈음, 두산그룹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암운이 드리운다. 미국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건설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두산인프라코어는 많은 빚을 지고 두산밥캣을 인수한 상황이었다. 인수금 5조 원 가운데 3조 원이 차입금이었다. 영업 활동을 통해 이자와 빚을 갚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후 두산밥캣은 구조조정의 연속이었다. 특히 장기 경기 침체 국면에 빠진 유럽에서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구조조정 비용도 감내해야만 했다. 체질 개선 노력 끝에 최근들어 흑자 사업구조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미국 주택 경기 회복 수혜와 유럽 구조조정 효과로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38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글로벌 NO.1 도전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두산밥캣은 올해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형 확장을 위한 신규 자금 조달과 부채 상환, 투자자 자금 회수 방안 마련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비책이다.
두산그룹이 현실에 안주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시련들이 많았다. 하지만 온 몸으로 부딪혀 세계 일류의 꿈에 다가가고자 했다. 두산밥캣은 그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다. 뼈를 깎는구조조정의 끝에 드디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걸림돌이 많았지만 항상 해법을 찾아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두산그룹의 기업가 정신을 온전히 품고 있는 두산밥캣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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