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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외면하는 증권사들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16-03-21 10:02:37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6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기도 그럽니까? 소액 개미투자자들은 뭘 사더라도 항상 손해 보나요?"(드라마 시그널 버전)

우리나라 소시민 은퇴자들의 마지막 재테크 수단은 결국 주식이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그게 현실이다. 국민연금이 나오는 65세까지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주식 투자가 가장 현실적이다. 커피숍이나 치킨집처럼 목돈도 들지 않는다. 돈이 많아서 금융회사의 고품격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도 힘들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상당수 개미들은 퇴직금을 홀랑 날려먹기 일쑤다. ‘우량주로만 승부한다, 욕심 부리지 않는다, 손절매는 칼같이 한다' 등등 원칙대로 투자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작심 삼일이다.

소액으로 투자할 때는 부담이 없다. 종종 벌기도 한다.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니 욕심이 난다. 한방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손에 들고 있는 퇴직금 전부를 투자한다. 하지만 욕심이 화를 낳는 법.

고르고 골라 주식을 매수한다. ‘타이밍이 잘 맞았나' 매수한 가격보다 2배 가까이 오른다. ‘팔까 말까' 고민했지만 팔고 나서 주가가 더 오르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조금만 더 오르면 원금의 3배까지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가 꼭지였다. 주가는 폭포처럼 꼬꾸라졌다. 문제는 컴퓨터상으로 보여주는 평가이익을 실제 원금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2배 가까이 오른 평가이익을 원금이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손해 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미리 팔았으면 원금이라도 건졌을텐데. 다짐했던 원칙은 사라지고, 급기야 빚을 내 주식을 샀다.

이쯤되면 증권사의 역할은 명확하다. 위탁매매 고객들의 수익률을 개선시킬 방안을 찾아야한다. 누가 뭐래도 위탁매매 고객은 증권사의 핵심 고객이다. 수치가 보여준다. 증권사 수익의 30~40%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입에서 나온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 56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3조2268억원. 전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부문은 다름 아닌 위탁수수료 수익이다. 지난해 상반기 주식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만 36.5%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나 투자은행(IB), 트레이딩 강화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 치중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미 위탁매매 고객은 관리 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주식을 매매하는데, 우리는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게 증권사의 인식이다.

증권사 수장들이 위탁매매 영업 경험이 없다보니 이들에 대한 중요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 CEO들의 주특기를 보면 지점 영업에 능통한 사람은 오랜 생활 지점 생활을 한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나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외에는 찾기 힘들다.

은퇴용 재테크로서 주식 투자는 훌륭한 도구다. 증권사의 제대로된 관리와 조언이 곁들여진다면 은퇴 이후 일정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식 투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개인의 판단과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모든 증권사들이 IB나 WM에 몰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한두군데 정도는 브로커리지 고객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증권사 역할을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트레이딩시스템만 잘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위탁매매 고객의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매매 타이밍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인공지능이 인류 최강 이세돌도 이기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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