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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신탁 사업 '주춤' 상품 출시 일정도 미정…시중은행 "하나은행 부진 노린다"

서정은 기자공개 2016-03-28 09:25: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4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의 신탁 사업이 올 들어 난항을 겪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청년희망펀드 등 정책성 금융상품 업무에 인력이탈까지 겹치면서 신상품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선구자' 역할을 해왔던 하나은행의 부진을 틈타 신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올해 초부터 출시를 목표로 해왔던 '성년후견신탁'의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성년후견신탁을 준비해왔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질병,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성인들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나 올해 초에 출시됐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상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성년후견신탁은 공적인 제도와 연관된 상품이다 보니 출시를 서두르기 어렵다"며 "여러 가지 사업을 검토하면서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진행하던 기부신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동산 기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계기로 기부신탁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하나은행이 출시한 신탁은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후원하기 위해 출시한 '코리아 아이스하키 사랑 공익신탁'이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과다.

업계에서는 KEB하나은행의 최근 행보가 업무과다, 핵심인력 이탈 등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내부적으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ISA 등 정책성 신탁상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상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이 지난해부터 단기적인 성격의 신탁 상품에 실적을 낼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사업 방향이 흔들리다 보니 큰 그림에서 준비해왔던 재산신탁 등 사업이 주춤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희망퇴직과 일부 직원들의 출산휴가, 인사로 인한 핵심이력 이탈 등도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탁상속 및 자산관리 등을 담당하는 신탁부 내에 리빙트러스트센터는 최근 센터장이 바뀌는 등 변화를 거치면서 전담 인력이 4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향후 KEB하나은행이 IT 전산통합을 마친 뒤 지점재배치 등이 이뤄지면 신탁부 인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KEB하나은행의 신규 신탁 사업에 제동이 걸리자 다른 은행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분위기다. KEB하나은행은 2010년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유언대용신탁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선구자 역할을 해온 곳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신탁 상품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며 "(다른 금융사들은) 이 때가 신탁 사업에서 속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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