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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십년전이 어제 같아..수익률 조금 아쉬워" [한국밸류10년펀드 10돌] ②"벤자민 그레이엄 가치투자 영감..피터린치와 투자스타일 가장 비슷"

박상희 기자공개 2016-04-21 10:10:5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8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동안 펀드를 운용한 것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과거 10년은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한 층 더 업그레이돼서 더 잘하는 모습을 고객들에게 보여드려야한다. 한국밸류10년펀드는 지금까지의 철학과 원칙을 유지하면서 회사가 존속하는 한 끝까지 갈것이다."

국내 펀드 업계에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CIO)은 사실상 동의어다. 이 부사장은이 펀드 설정일부터 만 10년이 되는 18일 현재까지 이 펀드의 운용을 책임져 오고 있다. 워낙 매니저 바뀜이 들쑥날쑥한 운용업계 풍토를 감안하면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10주년은 10년이라는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터다.

정작 이채원 부사장 본인은 10년이란 시간 앞에 겸연쩍은 모습이었다. 목표로 했던 누적 수익률(167%)에 약간 못 미치는 성과(153%)가 못내 아쉬운 듯 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10년 운용 성과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본사에서 이채원 부사장을 만났다.

◇ "10년 전이 어제 같아..목표 수익률 못 미친 것 아쉬워"

-18일이면 펀드 설정 10주년이다. 소감이 어떤가.

"벌써 10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10년 전 4월18일 1038억 원으로 운용을 시작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에서 종잣돈으로 1000억 원을 넣었고, 그밖에 순수 리테일 고객에게서 들어온 돈 38억 원이 시작이었다. 사실 그룹 내부에서도 단기간에 펀드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10년 간은 트랙 레코드를 쌓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10년 뒤에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1조 원이 들어왔고, 오랜 기간 1조 원 이상을 유지했다. 고객에게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는 출시와 함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3년 환매 제한'을 내세웠지만 1년 도 안돼 수탁고 1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 수탁고가 가장 크게 빠졌던 게 2012년으로, 700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이후로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며 현재는 1조 50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설정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 펀드의 평균 수탁고는 1조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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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이 10년 전 펀드 출시 기념 광고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출처: 한국밸류운용

-그룹에서 씨드머니를 넣어준 게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다른 펀드들 보면 1억 원 미만의 소액으로 운용을 시작해서 수익률을 왕창 올려놓고 투자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있다. 펀드 운용규모가 작으면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리기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한국밸류주식1호펀드의 경우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운용 첫날 들어왔기 때문에 펀드 자금 유출입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펀드이름만 들어도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가치주펀드라는 걸 알 수 있다. 펀드명은 누가 지었나.

"직접 지었다. 10년은 상징적인 의미였다. 20년, 30년도 좋지만 장기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첫 10년일 것 같았다. 실제로 가입 고객을 분석해보니 8년 이상 장기 투자자가 전체 고객의 절반이라고 하더라. 펀드 설정하고 나서 지면 광고를 냈는데, 포스터에 실릴 문구에 대한 아이디어도 광고기획사에 직접 제안했다." 당시 카피라이트 문구는 '10년투자 고객을 찾습니다'였다.

-가치주 컨셉트 펀드, 가치투자 전략 등은 언제부터 염두에 둔건가.

"1995년 오프쇼어펀드 1000만 달러를 운용할 때부터 펀드매니저 역할을 시작했다. 펀드 매니저로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때가 외환위기 당시였다. 당시 운용 중인 펀드가 외환위기 통에 원금이 40%가 깨졌는데 코스피지수가 60% 이상 깨진 것 대비 선방했다고 보너스를 받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할 때 원금이 날아갔는데 벤치마크 대비 잘했다고 할 수 있는건지 싶었다. 이 때 깨지지 않는 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때 가치투자전문펀드를 표방하는 펀드를 내 이름을 걸고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이 부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치투자펀드를 실패로 규정했다. "이채원펀드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으니 실패한거다. 설정 이후 9개월 동안은 127% 수익을 냈지만 1999년 4분기 IT 버블이 일면서 코스피 대비 20~30% 언더퍼폼했다. 매니저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이 부사장은 당시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등 가치투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 등을 읽으면서 가치투자에 대한 토대를 닦았다고 회상했다.

◇ 벤자민 그레이엄으로부터 가치투자 영감..피터린치와 투자 스타일 가장 비슷

-가치투자의 대가, 투자자의 귀재로 불리는 많은 이들이 있다. 롤 모델이 있다면.

"벤자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존 템플턴, 피터 린치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벤자민 그레이엄이다. 그 사람이 지은 책에 절대 잃지 말라는 첫번째 원칙이 나온다. 두번째 원칙이 그 첫번째 원칙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한달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내 DNA 속에 그런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 좋게 말해 보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하고, 비싼 주식 싫어하고, 돈 잃기 싫어하는 겁 많은 투자자 모습이 있었던거다. 당시는 가치투자라는 개념이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가치투자를 몸으로 느끼며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부사장은 자신과 투자 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인물로 피터 린치를 꼽았다. "피터 린치는 본인 스스로를 가치 투자자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주식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부분이 많이 닮았다. 피터 린치는 특정 종목에 미치면 주식 수가 1만3000주에 불과한 종목을 2000주~3000주씩 담는 스타일이다. 저축대부조합에 꽂혔을 때는 그 종목을 다 사더라. 나 역시 가스업종에 꽂혔을 때 상장된 가스업종 6개 종목을 모두 담았던 적이 있다."

-수익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하나.

"단기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을 때는 워런 버핏, 벤자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피터 린치 등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이들의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잘못한 건 없는지, 실수한 건 없는지 돌이켜본다. 투자전략에 문제가 없었다는 확신이 들면 기다린다. 기다려도 1년 이상 운용 성과가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그럴 땐 일하는 강도를 2배로 높인다. 지금 포트폴리오보다 더 싸고 저평가된 걸로 리밸런싱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다리는 것 말고 할게 없어 무작정 무협지를 읽는다."

대표펀드(C클래스) 기준 한국밸류주식1호펀드의 최근 1년 성과는 마이너스(-)5.61%로 저조한 편이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어느 단계인지 궁금해졌다. 이 부사장은 "펀드 성과가 나빠지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조금 지났다"면서 "아직 무협지를 읽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년의 운용 기간 동안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10년 누적 장기 성과가 150%를 웃돈다. 내일(15일) 증시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면 설정 만 10년이 되는 18일 기준 누적 성과는 150%를 조금 넘는 수준일 것 같다. 이 펀드는 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을 창출하는게 목표다. 복리의 마법을 감안하면 2.67배 수익(167%)이 났어야 하는데, 2.53배(153%)로 마감을 했다. 수익률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대표펀드(C클래스) 기준 한국밸류10년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 14일 기준 156.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KOSPI 지수 상승률인 41.7%에 비하면 4배 가까운 성과다.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15%가 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부사장은 집무실에 10년 전 펀드 출시 당시 광고로 사용했던 포스터를 여전히 걸어두고 있었다. 흰 머리가 조금 늘었다는 것 이외에 달라진 건 없어보였다. 주식에 대한 열정, 펀드에 대한 집념,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은 이전보다 더 강해졌을 터였다.

"흰 머리가 늘어난 만큼 그간의 실패와 실수에서 배운 게 많은 것 같다. 조금 더 싼 가격에 조금 더 빨리 살 걸, 조금 더 높은 가격에 조금만 더 나중에 팔 걸 하는 후회는 항상 있다. 어쩔 수 없는 펀드 매니저의 숙명 같다. 펀드 매니저는 펀드라는 회사의 사장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업그레이드 된 한국밸류주식1호펀드의 사장을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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