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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향수 포기해야 10년펀드 수익률 오른다" [한국밸류10년펀드 10돌] ⑤시장 흐름 역행투자는 가치주펀드의 숙명

박상희 기자공개 2016-04-25 13:38:1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1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성장·저금리'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 열풍이 증명하듯 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목마름은 오히려 더 강렬해지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과거 고성장 시절에 대한 향수를 내려놓아야 국내 증시가 한층 더 성숙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사람들이 저성장 직면을 받아들이는 때가 오면 최근 악화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의 수익률도 빛을 볼 것이라고 했다.

◇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는 가치주펀드의 숙명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0년펀드(C클래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7.35%로 저조하다. 동일유형(일반주식형) 내 55.01%순위로, 경쟁펀드 대비 절반 등수에도 못 드는 성적표다. 3년 전인 2013년 연 20%에 달하는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을 평정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10년펀드 수익률
*출처: the WM

10년펀드 수익률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4년 8월부터다. 업계는 10년펀드가 2013년도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자 바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리밸런싱 이후 펀드 수익률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차화정(자동차·석유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대형주가 득세하던 시기에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를 꾸렸던 10년펀드는 수익률 1위의 자리에 오르자 포트폴리오를 갈아엎으며 스스로 1위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이후 중소형주가 득세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펀드가 이전처럼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면 수익률 추이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가치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하는 가치주펀드의 숙명상 대세 흐름장과 역행하는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증시는 화장품, 제약, 바이오, 건자재, 식음료 등 5대 업종이 주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10년펀드는 이들 종목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나 식음료는 이 부사장이 선호나는 필수 소비재 군에 속하는 업종이지만 밸류에이션이 너무 올라서 포트폴리오에 담을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의 주요 종목들이 최근엔 주가가 반토막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가가 가치에 수렴해서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게 상승하는 방향이 아니라 하향하는 방향이라면 해당 종목이 고평가 됐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고성장 시절 향수 포기하면 증시도 오르고, 펀드 수익률도 오를 것"

가치주펀드라고 해서 성장가치를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부사장은 가치의 3대 요소 중에서 기본적으로 수익가치와 자산가치가 좋은 쪽을 선호할뿐, 성장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처럼 성장가치에 방점을 두는 가치주펀드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성장가치에 대한 관점이 다를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수익가치나 자산가치는 PER, PBR 등 정량적인 부문이 수치로 어느 정도 환산되지만 성장가치는 정성적인 요소가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한 나 자산의 평가를 객관화할 수가 없어 믿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 여동안 10년 펀드 성과가 저조할 때 성장 가치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는 메리츠코리아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했다. 어떤 장세가 와야 10년펀드 수익률이 빛을 볼수 있을까.

이 부사장은 10년펀드가 경기민감주를 많이 담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경기민감주가 반등한다고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상황은 경기가 확 돌아서는 것이다.

그는 "경기 흐름이 확 바뀌어서 금리가 올라가고, 대형가치주들이 오르기 시작하는 장이 오면 10년펀드가 적응하기가 편할 것"이라며 "어떤 흐름의 장이라기 보다는 일단 내수경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시장의 심리가 '저성장·저금리'라는 테제에 사로잡혀서 성장에 대한 목마름으로 성장만 갈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느 순간 사람들이 과거 고성장 시절에 대한 향수를 버리는 때가 오면 저평가 받던 가치주펀드가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과거 고성장 시절에 기업들이 벌어놓은 돈들이 쌓여있는데, 저성장 국면을 받아들이게 되면 소액주주의 배당압력이 강해지는 등 투자자들이 나서서 증시 체질을 바꿔나갈 것"이라면서 "공개매수 시도도 많아지고, 배당성향도 올라가면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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