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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웃었다', 유효등급 결정권 쥔 '한신평'에 주목 [2016 정기 신용평가]정제마진 구조적 개선…NICE·한기평, 정유사 등급상향 '긍정적' 전망 부여

배지원 기자공개 2016-04-25 13:29:55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1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정기 신용평가에서 가장 먼저 웃은 곳은 정유업계였다. 건설, 조선, 해운 등 주요 업종들이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반면 정유업종은 저유가 기조를 십분 활용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유가와 매출규모가 정비례관계를 보이던 과거와 달리, 유가가 낮아져도 우수한 실적을 거두는 등 달라진 흐름을 보였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러한 추세가 정유업계에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주요 정유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대다수 정유사 신용등급을 올리거나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한신평 결정에 따라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신평사별로 엇갈린 평가를 받은 일부 기업의 유효 신용등급이 변경될 소지도 있다.

◇유가·정제마진 디커플링 지속… 영업이익 개선세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었다. 정유사 합산 매출액은 약 107조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31%나 감소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의 정제마진 상승으로 수익성을 크게 끌어 올렸다.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4조 8000억 원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유가와 정유마진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저유가 기조 하에서도 정유사의 마진율은 더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정유 4개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는 모두 4%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4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4조 8000억 원 수준이었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정유업종의 수익성이 제고되면서 과거 대규모 투자의 차입부담도 완화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현재 개선된 정제마진으로 인한 높은 영업이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동, 산유국, 중국을 중심으로 정제설비 증설이 지연되고 있어,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유사 등급

한국기업평가는 당초 중국·중동 중심의 정제설비 증설과 업계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공급과잉이 이어져 정제마진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영업실적 개선 정도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 하에 휘발유, 항공유 등을 위주로 수요가 늘었고 중국과 중동의 정제설비 증설이 늦어지면서 오히려 정제마진은 늘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정제마진은 호황기였던 2011년 수준인 배럴당 6달러에 근접했다"며 "원화약세와 비 정유부문의 실적 호조 등 긍정적 여건이 형성돼 큰 폭의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높은 수준의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약 1조원 보다 74% 늘어난 1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NICE 등급 상향조정·한기평 '긍정적' 전망부여…등급 스플릿 발생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정기평가 결과를 공시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22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주요 정유회사와 관계사 신용등급이나 아웃룩을 조정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 GS에너지의 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S-Oil은 '부정적' 전망이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당분간 정유산업 전반적인 사업환경이 양호한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등급 전망도 대부분 '안정적'으로 부여됐다.

SK에너지 신용등급은 최근의 차입금 축소 기조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SK에너지는 최근 투자 감축 및 배당금 축소 전략을 통해 201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을 129.8%, 순차입금의존도를 14.7%까지 낮췄다. 유가 하향 안정화로 인해 당분간 순차입금/EBITDA는 3배 미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날 SK에너지가 연대보증을 제공한 SK인천석유화학 회사채의 장기신용등급 역시 AA에서 AA+(안정적)로, 역시 SK에너지가 보증을 제공한 SK종합화학(AA+) 회사채는 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에쓰오일(AA+)은 2014년 4분기 유가 급락으로 연말 연결기준 EBITDA가 500억 원까지 떨어졌으나 2015년에는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1조 908억 원을 기록했다. 노 연구원은 "신규설비 투자에 향후 약 3년간 연평균 1조 6000억 원 수준의 설비투자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외부자금 조달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국내외 풍부한 여신한도를 고려할 때 안정적 현금흐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S에너지 역시 AA-에서 AA로 상향조정됐다. 주력 사업자회사인 GS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이 변경되면서 지주회사인 GS 역시 AA-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등급이 상향됐다. GS의 2015년 말 별도기준 총자산 중 GS에너지 지분이 59.8%를 차지하며, 매출 중 GS칼텍스 비중은 22.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등급의 상향조정 없이 전망을 대거 조정하면서 NICE신용평가와 스플릿이 발생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AA+)과 S-Oil(AA+)의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하고 SK에너지(AA)와 GS칼텍스(AA)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GS(AA-)의 회사채 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정유업체의 정기평가 결과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GS칼텍스의 회사채 본평가를 실시해 '부정적' 전망을 떼고 '안정적'(AA0급) 전망을 부여했다. GS칼텍스는 2014년 연결기준 EBITDA가 857억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조 8794억 원으로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2012년 이후 설비투자가 일단락돼 차입금 감축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전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조 9000억 원, 순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23.2%, 111.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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