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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은 왜 한진해운을 버렸나 부동산 등 핵심자산 고갈 '꼬리 잘라', 사재출연 쟁점 남아

김창경 기자공개 2016-04-22 16:21:1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2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했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주도권을 채권단에 넘기기로 했다. 핵심 자산을 대부분 처분한 가운데 한진해운을 살릴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사재출연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오는 25일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다고 22일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달 들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강하게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초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조 회장을 만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조 회장은 결국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진해운은 당장 오는 6월 말 1900억 원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은 자력으로 상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가용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한진해운은 올 들어 상표권(1113억 원), 런던 사옥(667억 원) 매각 등을 통해 1780억 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1~4월 사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약 1180억 원의 자금이 지출됐다. 남은 금액에 작년 말 기준 1846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더하면 2445억 원의 여유가 있지만 회사채 및 차입금 상환, 운영비 모두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지난 2월 한진해운이 제시한 방안 중 남은 것은 자사주 매각 정도다. 한진해운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385만 3732주 중 1380만 주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종가기준 388억 원 수준이다.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실제 조달 가능 금액은 줄어들 전망이다.

한진해운이 내놓을 수 있는 자산은 부동산이 유일하다. 한진해운은 이번에 매각한 영국 런던 사옥 외에도 일본 동경 사옥, 미국 아틀란타 사옥, 미국 지역본부 사옥, 부산 중구 신사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감정가액을 알기 어렵지만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 4곳의 토지가격만 50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진해운의 실적 개선이 회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설상가상으로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그룹을 중심으로 홍콩의 OOCL, 타이완의 에버그린라인 등은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했다. 이를 위해 에버그린라인은 한진해운이 속한 동맹체에서 이탈했다. 한진해운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에 준하는 새로운 동맹이 탄생했다.

업황부진과 맞물려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영구채 인수 등 6500억 원가량을 투입했으나, 한진해운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가며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시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올해 안에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라며 "조 회장이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선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처럼 사재출연을 할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만 940만 9517주를 보유하고 있다. 22일 종가기준 1788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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