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수 글로벌스탠더드..매니저 성과경쟁 우려도" 성공적인 정착 여부, 판매사 협조에 달려 있어
박상희 기자공개 2016-05-02 13:50:4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8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계가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다만 펀드 수익률이 성과 보수에 연동되는만큼 매니저 간 과도한 수익률 경쟁으로 단기 성과에 매몰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장기투자 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공모펀드 성과보수 체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는 투자 금액이나 추가 납입 가능 여부 등 펀드 종류에 관계 없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성과보수를 받는 조건 및 기준, 보수율 등에 대한 사항은 업계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 액티브주식형·부동산펀드 등 수혜 기대…중위험중수익펀드는 '글쎄'
업계는 일단 성과보수 도입이 매니저에게 책임의식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모펀드에 매니저 개인 자금을 투자하는 게 가능해진데 이어 성과보수마저 도입되면서 펀드 수익률을 상향평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외국의 경우 공모펀드 대부분이 성과보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공모펀드 전반에 성과보수 체계가 도입은 되지만 적용 여부는 운용 스타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소수 종목 몇 개로 압축 운용되는 공격적 액티브펀드 등은 성과보수를 높게 가져 갈 가능성이 높지만 목표전환형펀드 등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의 경우 성과보수 도입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자산운용 관계자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주식형펀드 등은 성과보수 도입 니즈가 크지만 4~5% 목표수익률 달성 후 채권 등을 활용해 안정형으로 전환하는 목표전환형펀드 등은 굳이 성과보수를 도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보수 도입 니즈가 큰 액티브주식형펀드는 운용사의 전략에 따라 성과보수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액티브주식형펀드의 평균 운용보수는 60~70bp 수준이다. 업계는 기본보수를 40~50bp로 낮추고 나머지를 성과보수로 채우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벤치마크 대비 성과를 기준으로, 특별자산펀드나 절대수익상품 등은 절대수익률이 성과보수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성과보수는 말 그대로 성과가 좋으면 받는 돈이고, 그렇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돈"이라면서 "예를 들어 예전에는 기본으로 70bp를 받았는데 성과보수가 도입되면 기본보수가 50bp로 낮아지지만 나머지 성과보수 20~30bp는 수익률이 나쁘면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무리해서 기본보수를 낮추고 성과보수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고객이 맡긴 돈을 잘 운용해서 수익률을 올리는 게 펀드 매니저 본연의 의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성과보수를 높이려는 운용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보수 도입은 액티브주식형 이외에 부동산펀드 등 특별자산펀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리츠 공모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부동산펀드가 사모펀드로 주로 설정된 것은 성과보수율이 높기 때문이었다"면서 "공모펀드에 성과보수가 도입되면 부동산펀드 등이 공모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매니저 과열 경쟁 우려도…판매사 협조 필수
펀드 매니저 과열 경쟁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동일 매니저가 성과보수를 도입한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를 동시에 운용할 경우 성과가 상이하게 나오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수 있고, 매니저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펀드 매매회전율 등이 최근 들어 겨우 낮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성과보수가 도입되면 해당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단기로 사고 파는 관행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 운용사에서 내부적으로 매니저 성과 평가를 할 때도 단기 수익률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투자 기간이 짧아지면서 장기투자 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니저의 과도한 성과 경쟁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면 환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증할 수 있고, 결국엔 펀드투자를 주식처럼 단타매매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성과보수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판매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운용사는 개별 투자자들이 언제 얼마의 자금을 펀드에 넣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별 성과 측정은 판매사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판매사는 투자자별로 펀드 가입시기와 환매 시기에 따른 수익률과 이에 따른 보수율을 측정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와 관련 운용사들은 "판매사들이 성과보수 측정을 위해 추가로 돈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결과론적으로 운용보수는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판매사들이 얼마나 성과보수 도입에 열의를 보일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과보수 도입이 공모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의견이 엇갈렸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성과보수 도입이 부분적으로 공모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야 하겠지만 공모펀드 위기의 근저에는 고객의 신뢰도 이슈가 있다"면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성과보수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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