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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發 충격 더한 신평사 안일한 조기평가 [2016 정기 신용평가]뒤늦게 실적전망 오류 인정…대우조선·삼성ENG 뒷북 재평정, 반복

민경문 기자공개 2016-05-02 16:18:43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9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에 대한 신용평가업계의 성급한 정기 신용평가를 두고 시장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올해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 어느 곳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안일한 긍정론으로 보통 5~6월 정점을 찍는 정기신용평가를 3월에 서둘러 실시한 것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건설업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1분기 실적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

3월 정기평가 당시 추가 손실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던 신평사들은 실적 발표가 나서야 뒤늦게 신용등급 재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뒷북 평정으로 논란을 빚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한기평·한신평 정기평가 "삼성물산, 추가 손실 가능성 크지 않다" 자신...현실은 정반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31일 정기평가를 통해 삼성물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보고서에서 "건설 부문에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2015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향후에는 손실 사업장 일단락 등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등급 논리는 비슷했다. 합병 이전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를 재평가했을 당시 예상 가능한 손실을 반영한 만큼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인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보유 자산에 기반한 재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NICE신용평가의 경우 작년 11월 본평가를 통해 "삼성물산의 다각화된 사업구조와 그룹 지배구조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수한 수익력 및 재무적 융통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 4870억 원, 영업손실 4350억 원, 당기순손실 5170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사의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특히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관측됐던 건설 부문에서만 영업손실이 4150억 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저가 수주로 이뤄진 해외 악성 프로젝트들의 공사 지연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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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오류 인정한 신평사들, 대우조선·삼성엔지 전철 밟나

1분기 어닝쇼크 발표 이후 신용평가사들도 뒤늦게 삼성물산에 대한 실적전망 오류를 인정하는 눈치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이례적으로 '삼성물산 신용등급 재검토 예정'이라는 스페셜 코멘트까지 냈다.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실적은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에 부합하지 않고. 당사 전망에서도 크게 벗어난 수준"이라며 향후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명기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29일 스페셜코멘트를 통해 "2분기 연속된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공사수행 능력이나 원가 예측 및 관리능력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된 점은 삼성물산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앞서 정기평가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NICE신용평가는 아직 보고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뒷북 평정' 논란을 빚었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같은 해외 사업장 이슈라는 점에서 건설사의 미진한 정보공개가 1차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견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신용평가사 또한 비난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용평가사 포워드루킹(forward-looking)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로이힐 외에 다수의 악성 해외 사업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의 추가 부실 가능성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향후 조단위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배구조상 지위·보유 지분 가치 고려시 실제 신용등급 강등 미지수

삼성물산이 1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당장 신용등급이 강등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신용평가사들이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위치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는데다 순차입금의 2.8배에 달하는 보유 지분 가치(약 15.5조 원)의 무게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이번 손실이 펀더멘털 관점에서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면 향후 분기 단위로 대규모 손실이 재발할 경우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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