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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IB, 붕어빵식 경쟁 위험..니치마켓 공략 살 길" [자본시장 재야 고수에 묻다]권광호 IHQ 부사장(전 동양증권 IB사업부문 대표)

김시목 기자공개 2016-06-03 08:55:00

[편집자주]

진짜 고수는 공력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비록 지금은 강호를 떠나있지만 한때 자본시장을 주름잡던 실력자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이들을 찾아 국내 캐피탈마켓을 둘러싼 통찰력 있는 '한 수'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1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증권사는 갈수록 탄탄함과 체계성을 구축해가는 대형사와 달리 단기 성과나 결과에 목 매면서 정글에서의 생존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간, 주간 등으로 쪼개 임직원을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쫓는 탓에 비전은 커녕 하루살이에 급급한 형편이다. 구성원들은 의사결정 기준을 고객보다 본인에 두면서 '모럴 헤저드'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권광호 IHQ 부사장(사진)은 중소형 증권사의 '무전략' 행보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1987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으로 증권업계에 입문한 권 부사장은 홀세일, IB부서 등을 두루 거쳤다. 이어 2011년 IB Service 본부장과 IB사업부문 COO, 2013년 IB사업부문 대표에 올랐다. 평사원으로 동양증권에 입사해 사업부 수장까지 맡았다. 30여 년을 '동양증권맨'으로 IB에 몸담은 셈이다.

권 부사장은 "사실 증권업계가 한창 어려웠던 지난 2013년 당시 일정 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저금리 기조 등 여러가지 이유로 유야무야되면서 경쟁력 없는 증권사들도 자연스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경쟁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차례로 다른 곳에 합병되거나 자연스레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증권업은 자기자본 규모와 인적자원 역량이 핵심인 업종"이라며 "특히 자본 규모는 대형사들이 추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이후 대형 증권사들이 규모를 더욱 늘려가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너도나도 늘리고 있다"며 "중소형사들이 비대해지고 있는 대형사와 달리 더욱 초라해지는 양극화 현상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살 길은 니치마켓밖에 없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증권사 경쟁력의 근간인 자본과 인적자원을 중소형 하우스에 맞게끔 활용할 수 있는 유일책이란 설명이다. 대형 IB의 전유물인 IPO, 회사채 등을 모두 손대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메자닌(Mezzanine) 주관에 특장점을 드러내고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유진투자증권 등을 일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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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으로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를 꿈꾸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간극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M&A,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대형화의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정도가 자기자본이 3조 원을 넘는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뒤늦게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권 부사장은 "결국 대형 증권사 틈바구니에서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한정된 인력으로 특정 스트럭쳐(상품)에 대해 전문화한 증권사를 지향해야 한다"며 "자본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이 하는 종합증권사를 지향하다가는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과 같이 특정 스트럭쳐만 갖고도 수익을 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길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본업을 떠나 새로운 인더스트리를 맡게 된 그가 보는 현재의 'IB맨'은 어떤 모습일까. 자본시장이란 속성 탓에 플레이어들의 기본 성향이 타 업종보다 자본친화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본인 역시 IB 시장을 떠나 인더스트리로 넘어 오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업종으로 넘어와보니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IB에는 젊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지만 마치 미국 월가의 나쁜 면만을 보고 상당 부분 돈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돈이 좋아서,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은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인더스트리에 오면서 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꼭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약력

2015.04~ ㈜아이에이치큐 부사장 / CFO
2013 ~ 2014.06 IB사업부문 대표 / 전무
2011 ~ 2012 IB Services 본부장, IB사업부문 COO
2008 ~ 2011 Global Coverage 본부장, Capital Markets 본부장
2007 ~ 2008 FICC Sales 팀/ Wholesale 영업팀/ IB 팀 담당임원
1987.09~2014.06 동양증권㈜
1986.07~1987.08 럭키금성상사 (現 LG 상사)
2010.02~2012.02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MBA)
1982.03~1986.08 경북대학교 경영학과
1979.03~1982.02 대구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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