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의 선택은 사재 출연 전향적으로 검토 중...'규모·방식' 등 놓고 측근들에 자문 구한듯
길진홍 기자공개 2016-06-13 08:09:34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0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회장님'의 결단만 남았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업계 시선은 또 다른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주주 책임을 거듭 강조하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사재출연 여부가 주목된다.회계법인 실사에서 드러난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향후 2년간 1조 2000억 원이다. 자율협약 개시 전까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서는 수천 억 원의 자금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주주 지원으로 이를 충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10일 한진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최근 측근들에게 사재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사재출연에 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당초 지난 4월 경영권 포기 당시 사재출연과 선을 그었으나,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사재출연 규모와 방식,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도의적 차원에서 성의 표시를 할지, 실질적인 유동성 지원 수준까지 규모를 확대할 지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재출연 규모가 시장 기대치와 어긋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현대증권을 매각해 1조 2000억 원을 조달한 현대상선과 사정이 다르다. 300억 원의 사재를 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달리 조 회장이 체감하는 압박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최소한 용선료 연체 대금을 충당하는 수준의 사재출연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액은 총 1000억 원 수준이다. 용선료 협상을 통해 연체 대금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일 조 회장이 일부를 갚아 줄 경우 자금 운용에 상당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조 회장이 대규모 사재출연을 전제로 한진해운 지분 우선매수권을 갖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초 이는 자율협약 논의 초기 단계에서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사례를 들며 제안한 방안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3300억 원의 사재출연을 하고, 우선매수권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이 이처럼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핵심 자산은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20%이다. 지배구조 핵심 자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추가 지원도 현재로서는 희박한 상황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주주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대규모 출자 후 감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금 지원은 주주 가치훼손 등 배임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이 사재출연을 실행에 옮기더라도 대한항공을 배제하고, 본인 재산을 일부 투입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진해운의 처한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긴박하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해운은 현재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으로 연체료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용선료를 제외한 운영자금은 자구계획을 통해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롱비치 터미널이 꼽힌다. 롱비치 터미널 지분 50% 이상을 보유 중으로 자산가치가 3000억 원을 웃돈다. 유동화 방식으로 1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으로 이르면 이달 말 자금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어 상품권 및 부산사옥 유동화 등을 통해 모두 4100억 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과 병행해 순차적으로 자산매각이 이뤄질 경우 운영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최근 해운 운임료 상승이 현실화되는 등 자력으로 버틸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무엇보다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돼 있다. 동맹가입이 불투명한 현대상선에 비해서 아직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자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용선료 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고려해, 기업 회생에 필요한 최소 자금을 지원하는 선에서 사재출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