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계열, ECM·DCM 막론 꼬이는 조달 메자닌·회사채 등 잇따라 수요확보 실패…평판하락, 6000억 자금유치 빨간불?
김시목 기자공개 2016-07-04 15:32: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9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자본시장 딜에서 잇따라 투자자 확보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새로운 자금조달 루트로 떠오른 메자닌(Mezzanine)에서는 단 10% 가량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최근 회사채 시장을 찾은 그룹 지주사 한화 역시 신용 이슈와 브렉시트 여파로 미매각을 면치 못했다.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화투자증권과 한화다. 총 60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지만 업황 침체, 그룹 대내외 악재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 특히 액면가 이하 증자가 불가피한 한화투자증권은 향후 실적개선 등 전망마저 불투명해 투자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투자자 모집 실패 '평판 하락'…그룹 이슈, 브렉시트
한화는 이달 27일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77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전체 공모액 가운데 약 23%인 23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산업은행(500억 원), 신한은행(100억 원) 등을 제외하면 굵직한 기관들이 대부분 불참하고 리테일용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한화건설 교환사채(EB) 청약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2500억 원 어치 EB 발행 과정에서 약 2300억 원의 미배정을 기록했다. 주관사인 SK증권과 KB투자증권은 각각 800억 원, 700억 원씩의 물량을 책임지기로 한 탓에 상당 부분을 떠안았다. 인수단들은 아직도 물량 처분에 고심하고 있다.
당초 두 곳의 딜은 흥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투자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룹 지주사 한화는 2014년 이후 네 차례의 수요예측에서 모두 무난하게 자금을 유치해왔다. 한화건설 역시 최근 투자 열기가 뜨거운 메자닌 상품이란 점에서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겅을 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룹 계열사의 재무실적 등에 기반한 신용이슈가 제기되면서 기관들이 보수적 시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우량 크레딧물에 대한 수요 쏠림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높아진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의 회사채, 한화건설의 EB 발행 등 한화그룹의 신용이슈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주가흐름이 최종 변수인 유상증자이긴 해도 한화투자증권과 한화 역시 시장에서의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6000억 유상증자 부담...한화證, 주관사 선정 지연
한화그룹 계열사 두 곳은 당장 총 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이 2000억 원, 한화가 4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 최근 주가 추이를 감안하면 투자자 모집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부정적 시각은 기관 반응으로 나타났고, 평판은 한 차례 떨어졌다.
유상증자 계획을 먼저 밝힌 한화투자증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로 150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증권업계 전망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은커녕 신용도 하락으로 단기채 지급보증 등 업무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화투자증권의 주가(29일 기준 2720원)를 고려할 때 액면가(5000원) 이하 증자가 불가피한 점은 악재다. 최저발행가(2245원)를 확정해 증자 규모를 둘러싼 가이드라인은 마련했다. 하지만 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와 보름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는 그나마 주가 흐름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한화건설 지원 부담으로 투자자들의 시각은 비우호적이다. 한화는 한화건설이 지난 2014년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차액정산 약정을 제공했다. 차액정산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현금흐름이 줄고 담보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우려된다.
IB 관계자는 "부채성 및 자본성 조달은 기본적으로 투자 저변이 다르지만 따로 떼놓고 볼 수는 없다"며 "불안감속에 잇따라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한화그룹의 경우 기관들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 역시 미매각에 따른 인수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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