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는 선박금융 협상, 한진해운 선택은 이번주 자금조달방안 제출, 부족자금 마련 어려울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6-08-02 13:52:18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1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진해 온 선박금융 상환유예와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채권단 안팎에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진해운은 조만간 부족자금을 산정하고 한진그룹의 지원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주가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용선주와 선박금융 채권금융회사에 지난달 말까지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상환유예에 대한 최종 답변을 요구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해운은 3년 6개월 동안 갚아야 할 용선료(2조6000억 원)를 인하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용선주들과 협상을 벌여 왔다. 또 향후 3년 6개월 사이에 만기가 되는 선박금융 상환을 유예해 부족자금을 줄이기 위해 해외 금융사를 포함한 선박금융 채권금융회사들과도 협상을 진행해 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용선주와 선박금융 채권금융회사를 상대로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만기 연장을 요구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선박금융 상환유예와 관련해선 진전된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산업은행에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 내용을 정리해 보고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20% 인하를 전제로 향후 2년간 1조2000억 원의 자금이 있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용선료를 30% 인하하면 필요자금은 1조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선박금융 상환유예에 성공하면 한진해운은 부족자금을 최대 7000억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는 지난 6월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4000억 원과 비교해 3000억 원 가량 부족하지만 채권단과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 한진해운은 협상결과를 토대로 부족자금을 산정하고 한진그룹의 지원안을 제출해 채권단 지원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이 결국 무산되면서 한진해운의 선택지도 줄어들게 됐다. 앞선 관계자는 "채권단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자금조달방안을 제시해야 경영정상화와 관련한 협상이라도 할 수 있다"며 "이마저도 안된 상황에서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한진해운 지원을 늘릴 경우 자칫 대한항공 등 그룹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추가로 지원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독자적인 지원만 이뤄지는 경우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오는 4일 만료되는 조건부 자율협약 마감시한을 한 한달 더 연장하고 용선주와 선박금융 채권금융회사들과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도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법정관리 신청 등 한진해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상거래 채권도 변수다. 한진해운의 상거래 채권 연체 규모는 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거래 채권자들이 연체금 상환을 요구하면 한진해운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으로 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 외엔 방법이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족한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한진해운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며 "채권단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최종 결단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부족자금에 대한 조달방안을 제출하기로 한 만큼 이번주가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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