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태, 경영권 분쟁에서 이인원 부회장 자살까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 작업, 검찰 수사로 물거품
장지현 기자공개 2016-08-27 13:2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2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롯데그룹 사태가 검찰수사·사드배치 문제로 번졌고 결국 그룹의 맏형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까지 이어졌다. 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임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지고 있다.롯데그룹의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둔 26일 오전 오전 7시 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한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 사원으로 입사해 국내에선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초로 2011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에겐 반 백년 경영 동반자였고 임직원들에겐 롤모델이었다. 그룹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재계 안팎에선 자신이 공들여 키워온 롯데그룹이 각종 추문에 휩싸이며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자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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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 2014년 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일제히 해임되면서부터다.
그는 롯데그룹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 대표이사, ㈜롯데 이사,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2015년 1월엔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더벨 기자와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 만나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은 사전에 결정 됐으며 그는 사전에 해임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의 '한일 원톱 경영체제'가 굳혀지는 모습이었지만 7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해임' 사태가 일어나면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던 경영권 다툼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7월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대동하고 일본에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포함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을 발표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형제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재계 안팎에서 집중 거론되면서 기업의 국적논란이 불거졌고 롯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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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해 낸 건 신동빈 회장 쪽이었다. 신 회장은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잇따라 과반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냈다. 아울러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투명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10대 그룹 총수로는 최초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을 했다. 신동빈 회장의 정면돌파에 국민여론도 한층 수그러들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각종 법정 소송을 걸고, 비방전을 펼쳤지만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약속으로 내걸었던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착실히 진행했다. 아울러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됐다. 법조계 안팎에선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해온 경영 승계 적통성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이 착실하게 진행해온 경영권 안정화 작업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은 검찰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신동빈 회장이 내건 호텔롯데 상장은 결국 이때 물 건너 갔다.
롯데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지난 6월 초 비자금 조성혐의로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 롯데정보통신,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이 압수수색에 참여했고 신동빈 회장의 자택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호텔롯데 집무실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6000억 원대 탈세, 비자금 조성,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부정환급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로비 혐의 등으로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SDJ코퍼레이션 측에 그룹 내부 자료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SDJ코퍼레이션은 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추후 조사엔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이 신영자 이사장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입점과 관련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속 수감됐다. 이미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룬 롯데그룹은 또다시 검찰 수사라는 암초를 만나게 됐다.
다만 검찰은 대대적 수사를 벌인 것과 달리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 지금까지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검찰은 최근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잇따라 소환했고 이인원 부회장에 이어 신동빈 회장까지 불러들일 계획이었다. 결국 이 부회장은 검찰소환을 앞두고 롯데그룹과 함께했던 44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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