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02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겸 현대기술투자 대표가 1년여 만에 돌아와 설립한 신설법인의 실체가 주목받고 있다. 정 대표가 최대주주로 알려진 현대미래로는 표면적으로 부동산 개발투자와 컨설팅을 병행한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실상은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범 현대가에서 사전합의를 거쳐 탄생한 현대기업금융 인수용 회사라는 분석이다.

2일 현대중공업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미래로는 부동산 관련업을 영위하는 중공업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 정몽일 현대미래로 대표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동생으로 그룹 특수관계인에 해당된다. 그러나 현대미래로는 현대중공업과 별다른 지분 관계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 현대가와 관계자들에 의하면 현대미래로는 곧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된다. 현대기업금융의 지분매각이 그룹 구조조정 차원이었던 만큼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수순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미래로는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 때문에 계열사로 등록돼 있을 뿐"이라며 "인적분할 신고를 해서 계열분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미래로가 중공업으로부터 계열분리 이후 현대백화점그룹과 연을 맺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대에이앤아이가 현대기업금융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하반기 현대미래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현대에이앤아이는 현대푸드시스템으로부터 인적분할한 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현대백화점의 3대주주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에이앤아이가 현대미래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간접적으로 현대기업금융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만 이외의 것은 공개하기가 어렵다"면서 "업계에서는 현대미래로의 그룹 계열사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나 아직은 명확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 중공업그룹-범 현대가 사전합의 거친 M&A용 SPC?

현대미래로는 설립 7일 만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기업금융 지분을 발빠르게 인수했다. 현대미래로의 설립일은 7월 20일, 지분매입일은 7월 27일이다. 현대중공업은 보유했던 현대기업금융 지분 72.1% 중 62.2%를 처분했는데 이 중 31.0%가 현대미래로의 인수분이다. 나머지 31.0%는 범 현대가에서 나눠 사들이면서 현대미래로는 현대기업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에이앤아이는 하반기 현대미래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9.7%를 인수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에이앤아이는 현대미래로가 현대기업금융 지분 31.0%를 사들일 때 따로 8.2%를 인수했다. 현대미래로가 지난 7월 설립될 당시에도 현대에이앤아이가 주주로 참여했다는 후문이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현대미래로는 범 현대가에서 투자해서 만든 일종의 현대기업금융 인수용 회사가 된다. 현대미래로 측은 정 대표가 최대주주이고 범 현대가에서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공개도 꺼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양측에서도 현대미래로의 주주구성이나 사업방향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몽일 대표 단독으로 현대기업금융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자금 동원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정 대표는 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로부터 현대울산종합금융을 물려받았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회사를 잃었다. 이후 현대기업금융 회장으로서 그룹에 남아있던 십여 년간에도 개인적으로 보유한 기업지분은 극히 적었다.

때문에 정 대표가 현대미래로를 통해 현대기업금융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서도 시선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룹과 정 대표간의 사전합의가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그 시기의 추측은 각각 다르다. 업계에서는 연내 현대미래로의 유상증자와 각 그룹의 올해 3분기 공시가 이뤄지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떠났던 정몽일 대표가 1년여 만에 돌아와 현대기업금융을 인수한 것은 중공업그룹-범 현대가-정 대표 간 사전 컨센서스가 계속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에도 정 대표의 현대기업금융 지분이 미미했던 만큼 새로운 회사를 만들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대표가 떠날 때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의 압박을 그리 심하게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사전 컨센서스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표류하면서 급작스럽게 현대기업금융 매각으로 선회하자 그룹과 범 현대가의 논의를 거쳐 정몽일 대표가 귀환하는 그림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