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산업은행에 한진해운 자금지원 공식 요청 재판부 "한진·당정 지원안 2000억원은 턱없이 부족"…산은 "난감하다"
정용환 기자공개 2016-09-07 17:59:13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7일 1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 회생사건 담당 재판부가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업대출(DIP Financing) 제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진해운의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한진해운의 정상화를 위해 이번 주 내로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7일 한진해운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주식회사 한진해운에 대한 DIP Financing 신속 제공 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재판부는 이 공문에서 "현재 비정상 운항 상태의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가액은 약 140억 달러로, 이를 기간 내에 운송하지 못할 경우 화물 가액 상당의 손해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공장 가동중단 등의 확대손해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대출의 필요성을 밝혔다.
재판부는 채권단의 도움 없이는 한진해운이 정상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이 지난 6일 발표한 1000억 원 규모의 지원방안은 시기적으로 불투명할 뿐 아니라 정상화를 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며 같은 날 당정회의에서 발표된 1000억 원의 지원금액 역시 마찬가지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당초 정부 및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만 약 2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가 한진그룹 측 지원액인 1000억 원과 당정회의에서 지원키로 결정한 1000억 원 등을 합쳐 2000억 원의 자금을 '부족하다'고 판단한 걸 보면 결국 재판부는 한진해운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약 1조 1000억 원) 일체를 산업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현재의 물류대란과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번 주 내로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가경제와 채권자, 화주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도 DIP Financing(기업대출) 제공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이 기업대출을 할 경우 설령 한진해운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기업대출금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재판부는 공문에서 "DIP Financing(기업대출)으로 제공되는 자금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80조에 의하여 최우선순위 공익채권에 해당한다"며 " 회생절차 진행 중에 수시로 회생채권 및 다른 공익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으므로 회수불능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 한진해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및 회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공문에 따르면 미국 GM, 크라이슬러, 일본 JAL 등의 기업 역시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거액의 공적 자금 등을 투입해 기업구조조정과 정상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에 투입한 공적 자금의 80% 이상은 이미 회수가 됐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와 같이 긴급하게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배경에는 미국 법원의 압류금지(Stay order) 판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이 6일 개최한 심문기일에서 오는 9일까지 유효한 '한시적 임시승인처분'을 내렸으며, 9일 오전 10시까지 미국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내 있는 3개 허브항만에서 하역이 금지되면 당장 화주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주장이다.
산업은행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아직 산업은행 내 주관부서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만약 산업은행이 법원의 협조요청에 쉽게 응하게 되면 앞서 누누이 강조해온 '구조조정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데 대한 난감함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원이 채권단을 붙잡고 (개별 기업의)외상값 갚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많이 힘들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법원 협조요청에 따라 강제로 지원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는 결국 법원이 국민혈세로 대기업 주머니에 돈 넣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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