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마저...외면 당하는 화장품기업 IPO 카버코리아·지디케이 이어 세 번째... M&A로 해외 진출 용이
이길용 기자공개 2016-10-04 15:38:32
이 기사는 2016년 09월 30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면서 상장이 무산되는 화장품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화장품 기업들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이전과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요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권을 매각해 해외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최대주주인 정운호 전 대표는 지분 73.88%를 매물로 내놨다. 정 전 대표는 100% 지분가치를 약 70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 원매자 2곳이 매각자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대표는 보유지분 전량을 파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수 후보가 부담을 느끼면 경영권 지분인 51%만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업공개(IPO) 계획은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시점은 대폭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 IPO 주관사는 대신증권이 맡았다.
IPO를 추진하던 화장품 기업들이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올해 들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TV홈쇼핑에서 대박을 낸 카버코리아는 지난 8월 이상록 대표의 지분 35%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 61%를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 4300억 원에 넘겼다. 카버코리아는 '에이에이치씨(A.H.C)'를 운영하는 회사로 올해 화장품 IPO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기대주였다. 카버코리아의 IPO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다.
카버코리아에 이어 지디케이화장품도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호 지디케이화장품 회장 지분 44%와 엘앤피(L&P) 코스메틱 지분 12% 등 총 56%를 약 1000억 원에 매각할 방침이다. 대상자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퀸테사인베스트먼트다.
마스크팩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업체인 지디케이화장품은 국내 1위 마스크팩 브랜드인 '메디힐'을 운영하는 L&P코스메틱에 납품하고 있다. 전체 메디힐 생산량의 약 80% 가량이 지디케이화장품 제품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지디케이화장품은 지난해 순이익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키움증권으로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했었다.
카버코리아, 지디케이화장품에 이어 네이처리퍼블릭까지 M&A 매물로 나오면서 화장품 기업의 IPO가 외면당하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화장품 기업들은 바이오 만큼이나 뜨거웠던 IPO 기대주였다. 하지만 따이공(보따리상) 규제, 사드(THAAD) 이슈 등 중국발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IPO 시장에서 인기가 식었다.
잇츠스킨의 주가 부진도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잇츠스킨은 히트작인 달팽이 크림 덕분에 2013년 66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2014년 763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8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성장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해 8만 5000원(무상증자 전 17만 원)의 공모가로 상장했지만 지난 29일 종가는 5만 1000원으로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550억 원보다 40%가량 줄면서 주가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 화장품 IPO 시장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잇츠스킨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화장품 기업들이 함부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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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한 해외 진출을 위해 경영권 매각에 나선다는 시각도 있다. IPO를 추진하는 화장품 기업들은 대부분 브랜드샵을 운영하는 업체로 아직 중국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곳들이다. 이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해외 진출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 해외 진출 경험이 부족한 화장품 업체들은 IPO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PEF와 해외 기업과 손을 잡은 화장품 기업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버코리아는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지디케이화장품은 경영권 매각이 완료될 경우 한국콜마와 관계가 깊은 퀸테사인베스트먼트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중국 전략적 투자자(SI)에 매각된다면 위생허가 이슈 등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 IPO 분위기는 식었지만 PEF나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 화장품 기업에 관심이 많다"며 "IPO를 추진하는 화장품 기업들에게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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