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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투자자, 구주매출 포기한다 [두산밥캣 IPO 연기]공모 재추진해도 목표 수익률 못 맞춰…보통주 전환으로 '진퇴양난'

민경문 기자공개 2016-10-13 09:17:26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0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밥캣이 상장을 재추진하더라도 재무적 투자자(FI)들은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는 밸류에이션을 크게 낮춰야 하는데 이런 상태로 엑시트(자금 회수)를 단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주간 계약 조항으로 일부 지분 매각 역시 불가능한 만큼 상장 이후 주가 변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밥캣은 10일 오전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해 지난 6~7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기대만큼 투자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 측은 조만간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모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 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감안해 공모 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정신고서는 빠르면 금주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밸류에이션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4만 1000~5만 원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 원 초 중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최종 공모가는 수요예측을 다시 실시해 결정하게 된다. 최대 2조 4500억 원의 공모 규모를 자랑하며 역대급 IPO로 지목됐던 두산밥캣이지만 이번 결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공모 규모 축소는 FI의 구주매출 불참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모 작업을 재개하더라도 산업은행, 한화생명, 신영증권 등 FI가 보유 지분을 팔지 않기로 한 것. 이들은 작년 8월 7054억 원을 투자해 두산밥캣 전환우선주(CPS)를 21.6%를 매입한 바 있다. 향후 상장을 목표로 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였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보통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FI는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3조 원 내외로 평가했다. 만약 4만 1000~5만 원의 희망 밴드 내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됐더라면 전액 구주매출을 통해 '대박'을 노릴 수 있었다. 이미 배당을 통해서도 상당한 수익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FI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진 콜옵션(6.9% 수익률)으로 사전 엑시트를 단행할 수 있었지만 'IPO 올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설마 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FI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3만 원 초 중반으로 낮춰 공모 작업을 재개할 경우 FI로선 당초 기대했던 수익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지분이라도 매각하는 두산인프라코어와는 달리 구주매출도 불참할 뜻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보통주로 전환한 만큼 향후 배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두산밥캣 FI의 엑시트 전략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며 "주주간 계약상 구주매출 과정에서 일부 지분만을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상장 이후 두산밥캣 주가 상승을 기다리는 게 유일한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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