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OTC) '양성화' 추진...생태계 조성 [thebell interview]①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 부장
강우석 기자공개 2016-10-31 08:45:0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7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세를 떨친 이희진 씨가 지난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그는 금융투자업 및 자문업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주식매매로 1700억 원 상당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15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모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비상장주식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만 3000명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협회가 장외시장(OTC·Over-The-Counter market)의 '양성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 운영 중인 K-OTC와 더불어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을 만들어 비상장시장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K-OTC는 충분한 지식을 갖춘 개인투자자에,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은 연기금, 벤처캐피탈(VC),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 특화된 시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금융투자협회의 청사진이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한재영 K-OTC부장(사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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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업체 통한 장외주식 거래…매우 위험"
많은 투자자들이 38커뮤니케이션 등 사설 사이트를 통해 장외주식을 거래한다. 사설 업체의 경우 금융투자협회의 K-OTC와 달리 추가적인 비용을 부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K-OTC는 현재 투자자들에게 거래수수료와 양도소득세를 각각 0.5%, 10~20% 정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한 부장은 사설 업체가 명시적인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큰 위험을 부담해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무허가 주식브로커들이 헐값 주식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거나, 돈만 받고 주식을 넘기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된 종목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수수료 및 세금이 없다고 사설 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용이 공짜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투명하지 않은 시장 자체의 위험은 투자자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큰 비용'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가급적 K-OTC 같은 양성화된 시장에서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K-OTC는 거래량 및 호가가 실시간으로 공개될 뿐 아니라 등록기업, 지정기업 등의 분류를 통해 협회 차원에서 종목을 직접 관리한다.
한 부장은 "K-OTC에서는 엄선된 137개의 기업만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사설업체에 비해 매우 낮다"며 "거래상대방 및 결제불이행 위험이 아예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장외주식은 기업공개(IPO)까지 내다보고 2~3년 이상 묻어두는 장기투자 성격의 자산군"이라며 "급하게 필요한 돈을 넣거나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 K-OTC 한계 보완할 것"
K-OTC는 분명 한계를 지니고 있다. 거래 가능한 종목이 137개로 전체 시장을 아우르지 못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 및 세금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는 고민 끝에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가칭)'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장은 전문투자자를 위한 회원제 플랫폼으로 만들어진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전문투자자의 범주에는 △기관투자가 △금융투자상품 50억 원 이상인 법인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억 원 이상이고 연소득이 1억 원 이상이거나, 총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개인투자자가 포함된다. 연기금, 벤처캐피탈(VC), 자산운용사가 이에 해당한다.
한 부장은 "현재 K-OTC 참여자의 95% 정도가 개인투자자로, 공식적인 장외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높여야 관련 시장 전체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봤다"며 "사모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투자자용 장외시장에서는 K-OTC와 달리 거래종목에 관한 규제가 포함되지 않아 모든 종목의 거래가 가능하다. 현행 세법 상 고액자산가 이외의 전문투자자들은 법인으로 분류돼 양도세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다. 신설 시장이 K-OTC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협회 측이 기대하는 이유다.
국내 장외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게 한재영 부장의 견해다. 금융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투자자는 기관들이 조성한 '비상장주식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은 "비상장주식 투자를 원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펀드에 자금을 넣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며 "개인, 연기금, VC, 자산운용사 등이 활발히 참여하는 비상장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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