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빨라지나 [지배구조 분석]그룹 '최순실 사태' 복병 만나, 전자 분할· 합병 등 시기 만지작
길진홍 기자공개 2016-11-16 08:11:24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4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등기임원 선임으로 경영승계를 공식화한 이재용 부회장이 시작부터 난제를 만났다. 등기임원으로 첫 발을 떼자마자 ‘최순실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지배권 강화를 위한 소유구조 개편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합병을 시작으로 삼성물산과 통합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가업승계가 9부 능선에서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를 만난 셈이다. 일부에서는 지배력 강화의 마지막 수순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분할과 합병,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부는 이 부회장이 지난 주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관련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복잡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당초 내년 초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검찰 조사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 동안 지주사 체제 전환과 관련해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일련의 계열 재배치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차원이며, 대대적인 수술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아직까지 이건희 회장의 상속 문제가 남아 있고, 이 부회장의 소유권 강화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국회에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을 강화하고, 자기주식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면서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주부문을 삼성물산과 합치는 방안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단기간 내 늘리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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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사주(13.81%) 등을 활용해 합병이 성사될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현재 4.18%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지분율이 30%까지 확대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도 20%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사업회사인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인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반 지주사의 중간금융지주사 지배가 허용돼야 한다. 지금은 비금융계열이 금융계열을 지배할 수 없다. 현재 삼성은 삼성생명 아래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자회사를 모으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더 큰 걸림돌은 삼성전자 분할 과정에서 주주동의 절차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합병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주와 일반 소액주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삼성 소유구조 개편은 사실상 국민 정서와 직결된다.
최근까지 분위기는 삼성에 상당히 우호적으로 형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대기업집단 지주사 체제 전환을 명분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은 오래 전 금융지주사 자회사의 지분 소유 요건을 '최다출자자'가 아닌 경우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7.43%) 지분 소유 걸림돌도 사실상 해소됐다.
여기에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분할과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힘을 보탰다. 분할 걸림돌로 여겨진 소액주주가 합병을 제안하고, 최대출자자인 국민연금(8.69%) 등이 우군으로 분류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최순실 사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지면서 삼성으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하게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 등의 여론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때를 놓칠 경우 지주사 전환을 장기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가로막는 다수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회사 분할 시 자기 주식처분을 강제하거나,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만약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기주식(13.81%)은 무용지물이 된다. 삼성전자 인적분할이 이뤄지더라도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주식을 갖지 못한다.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효과가 사실상 차단된다.
업계는 최근 경제민주화 요구와 맞물려 재벌 규제 강화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 야당에서 발의한 다수의 ‘경제민주화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장기간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체제를 유지할 지, 대수술을 할지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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