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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생명 M&A 미스터리]알고 보니 '마이너스 딜'①알리안츠그룹, 500억 유상증자…465억 웃돈 주고 회사 판 셈

윤 동 기자공개 2016-12-01 09:58:37

이 기사는 2016년 11월 30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본사 사옥의 장부가격만 1800억 원을 웃돈다는 한국 알리안츠생명(이하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단돈 35억 원(미화 300만 달러)에 매각됐다. 35억 원도 매각 주관사에 대한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공짜로 회사를 넘기는 '제로 딜'을 한 셈이다. 당시 매각가로 3000억 원 이상이 논의되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에 상당한 충격을 남겼다.

매각 이후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에 추가로 500억 원을 증자하면서 금융권의 충격은 배가 됐다. 회사를 매각한다는 계약을 맺은 후 추가로 돈을 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알리안츠그룹은 제로 딜을 넘어 돈을 주면서 회사를 파는 '마이너스 딜'을 한 셈이 됐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 점유율 11위, 총 자산 16조 6510억 원 규모의 알리안츠생명이 웃돈을 얹어주면서 매각돼야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최근 최대주주인 알리안츠SE(알리안츠그룹)가 신주 10만 주(인수가액 500억)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16일 발행한 신주 37만 4000주(인수가액 1870억) 중 일부를 알리안츠그룹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알리안츠그룹이 인수하지 않은 나머지 신주 27만 4000주는 실권주로 처리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이번 유상증자가 알리안츠그룹과 안방보험이 맺은 계약을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질 경우 1870억 원 한도 안에서 증자를 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이미 매각계약을 체결한 회사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일은 몹시 이례적인 경우다. 알리안츠그룹은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을 35억 원에 매각하기로 안방그룹지주(안방보험생명 자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자산 규모가 16조 원이 넘는 알리안츠생명이 사실상 제로 딜로 매각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번 증자를 통해 공짜를 넘어 돈을 얹어주고 매각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M&A 거래에서 마이너스 딜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 2014년 IBM이 매번 적자를 내던 반도체 제조 부문을 대만의 파운드리에 15억 달러(한화 1조 6000억)의 웃돈을 얹어주면서 매각한 바 있다. 반도체 사업부문이 한 해 1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 매각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회사를 매각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상적인 금융사의 경우 신규회사 설립이 제한된 국내 금융업 환경 상 라이센스 취득 비용 이상의 매각가를 책정 받는 경우가 많다.

비정장적인 금융사의 경우도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어느 정도 부실을 걷어내고 매각되기 때문에 웃돈을 얹어주고 매각하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지난 2013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매각된 MG손해보험(옛 그린손해보험)도 1800억 원 수준의 가격에 팔렸다.

때문에 국내 금융권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이 차라리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더 나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 상 보험사가 청산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쉬운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수백억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M&A보다는 청산을 하는 편이 나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알리안츠그룹이 유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알리안츠그룹과 안방보험이 맺은 계약 조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회사 내부의 상황을 다 알지 못하지만 알리안츠그룹이 미스터리한 M&A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지금 PCA생명 등 다수의 생보사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나 이런 계약을 한 것은 알리안츠생명 뿐이 없다"며 "알리안츠생명에 다른 생보사 이상의 대규모 부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었던 계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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