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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 위기' 회사채시장 양·질 모두 후퇴 [DCM/Overview]'美금리↑·신용도↓' SB 발행 8년래 최저…양극화, 단기화 심화

임정수 기자공개 2017-01-02 10:08:02

이 기사는 2016년 12월 30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국내 부채자본시장(DC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양적·질적 성장 추세를 멈췄다. 리먼 사태 이후 약 8년 동안 이어졌던 금리 하락 분위기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기관 투자가의 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2분기부터 조선, 해운업종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회사채 투자 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기업들의 공모 회사채 발행 물량은 5년래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 수요 확보 실패를 우려한 A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장기채에 대한 투자 수요 감소로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마저 채권 만기를 줄여야 했다.

◇ SB 발행액, 2010년 이후 최저…회사채 시장 위축 심화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6년에 발행된 일반회사채(SB), 여전채(FB),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산한 국내 공모 채권 발행량은 85조 9840억 원 규모다. 1년 전인 2015년 96조 2700억 원 대비 10조 2860억 원이나 감소했다. 2010년 80조 8773억 원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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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종류 별로는 SB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SB는 2016년에 33조 6360억 원어치 발행됐다. 2015년 43조 2760억 원 대비 10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더벨이 회사채 리그테이블을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FB 발행액은 2015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고 ABS 발행액은 다소 줄어들었다. FB는 여전채 공급 물량이 늘면서 역대 최대인 34조 5271억 원어치 발행됐다. 연간 FB 발행액이 SB 발행액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ABS는 전년 동기 대비 1조 8463억 원 줄어든 17조 8209억 원어치가 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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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과거 회사채 발행이 많았던 건설, 해운, 조선, 철강 업체의 채권 발행이 급감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미국 대선,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 등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진 것도 발행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량 대기업들도 불황에 투자를 줄이면서 회사채 발행을 자제했다. 빅이슈어(Big Issuer) 그룹에 속해 있던 SK, 현대차, LG, 한국전력, GS, 삼성그룹 등의 회사채 발행 물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검찰 수사에까지 휘말리면서 자금 조달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2012년 이후 회사채 시장 호황기에 기업들이 만기 장기화에 나서면서 차환 물량도 줄었다. 기업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A급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발행 시장의 파이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용 이슈로 공모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으로 유턴하면서 사모 시장이 공모 시장을 구축한 측면도 있다.

◇ A급 이하 채권 발행 급감…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A급 회사채 발행이 급감하는 등 시장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2016년 A급 이하 SB 발행액은 5조 8610억 원으로 2015년 8조 6910억 원 대비 2조 8300억 원 감소했다. A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 발행 건수도 95건에서 77건으로 18건 줄었다. 전체 SB 발행 물량에서 차지하는 A급 채권의 비중은 20.08%에서 17.42%로 떨어졌다.

반면 보증채를 제외한 AA급 이상 회사채 비중은 같은 기간 79.83%에서 82.50%로 2.6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AAA급 비중은 19.80%에서 28.84%로 비교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A급 이하 비우량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 등으로 우량 회사채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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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관계자는 "A급 이하 기업의 경우 자금 수요가 있어도 시장 분위기 악화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되면서 AA급 이상 채권 발행 물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A급 이상 SB 발행액은 27조 7500억 원으로 2015년의 34조 5550억 원에서 6조 8000억 원 감소했다. 기업 신용등급 하락으로 AA급 기업의 수가 줄어든데다 우량 기업들도 경기 악화로 투자액을 줄이면서 채권 발행을 줄였다. 반면 발전 자회사들이 채권 발행을 채개하면서 AAA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물량은 같은 기간 8조 5700억 원에서 9조 7000억 원으로 1조 1300억 원 가량 늘어났다.

◇ '금리 상승 우려' 장기채 투자 기피…단기물 집중 현상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지속돼 왔던 회사채 만기 장기화도 중단됐다. 채권 만기가 다시 단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기관들의 장기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 만기가 4년 미만인 SB 발행액은 16조 3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SB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67%로 전년 동기 41.39%에서 6.28%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3년 미만 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4.77%에서 10.71%로 5.94%포인트 늘었다. 발행 건수는 34건에서 52건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만기 7년 이상 SB 발행액은 5조 9180억 원으로, 2015년의 11조 6100억 원에서 5조 962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전체 SB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6.83%에서 17.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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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회사채 만기 단기화 현상은 나타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핀 한 상태에서 그나마 채권을 발행했던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마저 단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급 이하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만기 1~2년짜리 사모채 시장이나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 기업들 시설투자 기피…차환·운영자금 비중 '압도적'

자금 용도별로는 운영자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6년에 운영자금 용도로 발행된 SB는 14조 7889억 원으로 전체의 43.97%를 차지했다. 우량 기업들이 금리 상승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하면서 특별히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자금을 많이 조달한 결과로 해석된다.

회사채 만기가 상반기에 몰리면서 차환 목적의 자금 조달도 이어졌다. 차환 용도의 SB는 12조 4365억 원어치 발행돼, 전체의 36.97%로 집계됐다. 시설자금 용도는 3조 166억 원으로 전체의 8.9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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