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90% 떼이나…담보물 대부분 사라져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채권단 조사결과, 냉동창고별 10~20% 물량만 남아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26 09:52:3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5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을 둘러싸고 업계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동양생명보험 등 6000억 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 피해 금융사들의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회수율이 10%에도 못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냉동창고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대부분의 담보물이 사라지면서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그마나 남아 있는 담보물도 대부분 중복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피해 금융사간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 피해 금융사들(이하 채권단)은 지난 2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실사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앞서 채권단은 삼일·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해 냉동창고별 담보물 확인에 착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채권단이 신고한 담보물 대부분이 냉동창고에서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생명, 화인파트너스 등 피해 금융사 19곳은 각 회사별 육류담보대출 내역을 토대로 냉동창고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담보물량을 회계법인에 신고했다. 회계법인은 신고된 물량을 토대로 담보물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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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산업·선화씨에스·키스톤냉장(유나이트무역) 등 냉동창고업체 3곳에 보관돼 있어야 할 피해 금융사의 담보물량은 총 327만4000박스다. 이 가운데 냉동창고에 남아 있는 담보물량은 53만4600박스에 불과하다. 약 16.3% 수준이다. 금융회사가 육류담보대출을 해주고 담보로 잡은 수입육류 100박스 중 16박스만 남아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담보물이 사라진 셈이다.
냉동창고업체별로 보면, 이번 사기사건에 연류된 것으로 알려진 육류유통회사와 지분 관계로 얽힌 냉동창고업체 우일산업에 남아 있는 담보물량은 9.0%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신고 기준 78만7900박스가 있어야 하지만 7만900박스만 남아있었다.
선화씨에스의 경우 신고 물량 142만1800박스 가운데 24만4700박스(17.2%)만 남았다. 키스톤냉장은 106만4300박스 중 21만9000박스(20.6%)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물량을 박스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금융사별로 담보인정비율(LTV)이 달라 같은 담보물이라도 육류담보대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생명을 포함해 담보물 신고를 받은 결과를 토대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담보물이 사라졌다"며 "예상한 부분이 있지만 결과가 더욱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남아 있는 담보물도 대부분 중복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피해 금융사별 대출금 회수율은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중복대출로 피해 금융사들이 담보물을 팔아 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욱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복대출로 인한 피해 금융사간 소송전으로 이어져 피해 수습까지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피해 금융사간 합의를 통해 피해 수습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지만 동양생명이 단독대응을 원칙으로 정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선 담보물을 팔아야 하지만 중복대출로 인해 담보물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송 등으로 이어지면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사들은 대손충당금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대출을 회수할 담보물 자체가 없는데다 소송 등을 감안할 때 육류담보대출 건전성 분류를 '추정손실'로 해야할 수 있다"며 "대손충당금을 100% 쌓으면 규모가 작은 금융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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