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0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4년 전과 같은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할 뿐"8일 수협은행 차기 행장 후보자가 행추위 면접을 마치고 남긴 말이다. 우려 섞인 그의 걱정은 끝내 무거운 현실로 다가왔다. 이틀에 걸쳐 차기 행장 후보를 논의한 행추위는 위원들 간 합의를 보는데 실패해 후보자를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행추위의 이 같은 결정에 수협 안팎에서는 정부측 행추위 위원들이 처음부터 낙하산 인선을 위해 최종 행장 후보 추천을 보이콧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다. 수협 내부 관계자는 "정부측 위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인물이 지원할 수 있도록 '후보자 재공모'라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수협은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되면서 올해 내부 출신 새 행장을 뽑아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욱이 지난 3일 마감된 차기 행장 후보자 공모에서 내부 출신은 2명이나 참여한 반면 관료출신이 없어 16년 만에 내부 행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선임절차가 진행되면서 내부 행장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낙하산 인사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관료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는가 하면 정부측 위원들이 선임 과정을 비공개 처리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조차 비공개 원칙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행장을 임명하는 일부 국책은행을 제외하고 추천위원회를 두고 행장을 뽑는 은행 중 행장 후보조차 비공개 처리하는 곳은 수협 뿐"이라며 "결국 행추위 다수를 차지하는 정부측 위원들이 절차상 투명성을 뒤로한 채 마음대로 후보를 추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행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측 위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이유는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과 내부정관에 따라 지배구조 및 경영승계프로그램이 정부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수협법 제141조 및 정관 35조에 따르면 5명의 행추위 위원 중 3명이 정부 추천에 의해 구성된다. 재적위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최종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구조여서 결국 결정권은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수협법 제167조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한 출자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이 같은 행추위 구성이 적용되기 때문에 새 행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매번 정부와 수협 간의 기싸움 양상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후 재공모에서 누가 후보로 추천되더라도 낙하산 인사라고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고, 내부 반발 등으로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 '행장 선임'이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한 수협이 수익성 개선, 건전성 충족 등 산적해 있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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