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 사외이사 평가, 보험사 48.4%가 만점 [지배구조 분석]보험사 31곳 중 15곳, 모든 평가대상에 최고 등급 책정
윤 동 기자공개 2017-03-27 08:30:00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3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의 48.4%가 지난해 사외이사 평가에서 모든 사외이사들에게 만점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보험사들이 요식행위 수준으로 사외이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3일 생명·손해보험사의 '2016년 지배구조 연차보고'를 취합한 결과 보험사 31곳 중 15곳이 모든 사외이사에게 일률적으로 만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공시한 보험사는 31곳(생보사 20곳, 손보사 11곳)이었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보험사는 매년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사외이사의 역할 및 책임 이행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모범규준은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외부평가를 권고하고 있으나 대부분 보험사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부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로 3년차를 맞은 사외이사 평가는 1, 2년차 때보다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5년(2년차) 보험사 31곳 중 6곳은 사외이사 평가를 진행했으나 그 내용을 연차보고서에 자세히 공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모든 보험사가 사외이사 평가 내용을 공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차등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한 보험사도 2015년 38.7%에서 지난해 48.4%로 개선됐다. 다만 평가를 심도 깊게 진행한 보험사는 일부에 불과하며 과반수에 가까운 보험사는 여전히 요식행위 수준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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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절반'이 만점 평가 진행
지난해 생보사 20곳 중 10곳이 모든 사외이사에게 '우수' 혹은 'S등급' 등을 일괄적으로 책정했다. 2015년 모든 사외이사에게 만점을 줬던 생보사는 지난해에도 여전히 같은 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서는 평가 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사도 있었다. 농협생명은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소위원회 참석률이 87.5%인 김대식 사외이사를 참석률 100%인 다른 사외이사들과 함께 충실성 A등급으로 책정했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와일리, 강과군 사외이사의 참석률이 다른 사외이사들보다 현저히 낮았지만 충실성 항목에서는 다른 사외이사들과 동일하게 '적정' 등급을 매겼다.
회사별로 세부적인 차이가 있지만 사외이사 평가에서 충실성 항목은 사외이사가 얼마나 성실히 이사회 활동을 했는지를 나타낸다.
차등평가를 진행한 생보사에서도 심도 깊은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한 점이 나왔다. 신한생명이나 푸르덴셜생명은 사외이사에게 '매우 우수' 혹은 '우수' 두 개 등급 밖에 책정하지 않았다. 세밀한 점수를 매긴 생보사는 삼성, 한화, 하나, 알리안츠생명 등 4곳에 불과했다.
◇손보사 차등평가 54.5%, 대폭 개선
손보업계에서는 2015년보다 지난해 사외이사 평가를 심도 깊게 진행한 보험사가 많이 늘었다. 차등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한 손보사는 2015년 25%(3곳)에서 지난해 54.5%(6곳)로 대폭 개선됐다. 현대해상과 KB손보, 메리츠화재가 차등평가 보험사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츠화재가 눈에 띈다. 메리츠화재의 사외이사 평가는 자가·이사회·직원이 각각 사외이사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참석률 점수와 합산하는 방식이다. 2015년에는 평가받았던 사외이사들이 자가·이사회·직원 평가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조이수 사외이사가 자가평가에서 스스로에게 만점을 부여하지 않았다.
롯데손보는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각각 사외이사들에게 5가지 항목에서 다른 평가를 내렸을 뿐 아니라 평균 점수까지 공시했다. 한화손보도 충실성 부문에서 사외이사의 실제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소위원회 참석률을 점수에 반영했다.
반면 삼성화재, 흥국화재, 농협손보, 서울보증, 코리안리 등은 모든 사외이사에게 일괄적으로 점수를 매겼다.
많은 보험사는 적정한 평가를 진행한 결과 모든 사외이사가 만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모든 사외이사가 빠짐없이 이사회에 출석하는 등 훌륭하게 활동했다"며 "모두에게 만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모든 사외이사가 만점을 받을 만큼 기준이 낮다면 평가의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외이사 평가의 항목과 기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금융사의 자율"이라며 "그렇지만 모든 사외이사가 쉽게 만점을 받을 수 있다면 평가를 진행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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