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OLED 삼성 대신 LG…밀월 깨졌나 OS·AI 시장 충돌로 반감 쌓여…삼성디스플레이도 실익 낮아
이경주 기자공개 2017-04-13 08:36:31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2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에 필요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을 공급받기 위해 LG디스플레이(LGD)와 접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을 원한다면 10년 양산 이력을 갖춘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업계는 감정적, 현실적인 이유로 구글이 삼성과 거리를 둔 것으로 분석했다.LGD는 구글과 OLED패널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음을 지난 11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LGD는 이날 '구글의 1조 원 투자설'에 대한 조회공시답변에서 "플렉서블 OLED 시장이 확대돼 다양한 고객사들의 관심이 확대 중"이라며 "동 건(투자설) 관련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추후 확정시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부인공시가 아니기 때문에 업계는 LGD가 구글과 협력 중인 것을 인정한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LGD 중소형 OLED 설비투자에 1조 원의 제품 구입 대금을 선지급하겠다고 투자설을 제기했다. 구글은 '픽셀폰' 차세대 모델에 사용할 OLED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지난해 픽셀폰을 출시했지만 OLED 수급이 못 따라줘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안정적인 공급을 원했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글은 LG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
◇구글, OS·AI 시장서 삼성과 '신경전'
업계는 구글이 자사의 고유영역인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삼성전자가 넘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기기 운영체제(OS) 타이젠을 독자 개발해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타이젠은 3000만 대의 스마트TV와 스마트워치 기어 시리즈에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 역시 러시아와 인도, 방글라데시 등 신흥국 보급형 모델 위주로 설치돼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삼성 오픈소스 콘퍼런스(SOSCON)'를 열고 오픈소스를 통해 타이젠 생태계를 더욱 넓혀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 타이젠의 시장점유율을 높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애플 IOS는 11%, 삼성 타이젠은 1% 수준이다. 그럼에도 구글 입장에서 삼성의 타이젠 확대는 불편하다.
삼성의 구글 영역침범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에서도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S8 시리즈에 음성인식 기반 AI비서를 구글 어시스턴트 대신 삼성 빅스비로 탑재했다. 반면 LG전자는 최신작 G6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었다.
전자업계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 새 빅스비와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탓에 동맹관계라 생각했던 구글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소규모 물량 실익 없어…거절 가능성 높아
구글이 감정적 이유에 더해 현실적으로도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은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구글 픽셀폰 물량이 너무 소량이라 오히려 비용만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 삼성전자와 애플 등 거대 고객사 공급만으로도 벅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양대 고객사에 중소형 OLED패널을 올해 약 1억 7000만 대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용이 1억 대, 애플용이 7000만 대 수준이다. 내년은 두 배인 3억5000만 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뿐 아니라 저가형 모델까지 OLED패널을 도입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내년 OLED패널 도입 비중을 올해 40%에서 내년 80% 늘릴 전망이다.
구글 픽셀폰 판매량은 연간 1000만 대가 안되는 소량이다. 구글만을 위한 공정을 구축하기엔 수익 대비 비용이 크다. 차라리 삼성전자와 애플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 때문에 구글이 OLED패널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가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삼성디스플레이에게 요청했다면 대형 도매상에게 제품을 낱개로 달라고 하는 꼴이 됐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감정적, 현실적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은 어렵다 판단하고 후발주자 가운데 기술력이 뛰어난 공급사를 찾다 LGD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다만 LGD도 구글보다는 장기 수익을 담보해 줄 애플 수주를 따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전용라인인 E5를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다. LGD가 대규모 중소형 OLED 양산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OLED 핵심장비인 증착장비와 새도마스크 수급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양산에 중요한 변수라고 예상했다. LGD는 E5라인에 국내 업체인 선익시스템 증착장비 2대를 비치했으며 섀도마스크는 토판프린팅 제품을 쓸 예정이다. 두 제품 모두 후발주자 제품으로 양산 수율 개선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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