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연계 자전거래, '허술한 규정...느슨한 감독' [증권사 CP 파킹] ③CP 시가평가 규정 무용지물…금감원, 실태파악 미흡
이승우 기자공개 2017-06-08 14:47:10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9일 1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형 랩·신탁 상품의 미스 매칭 운용을 위한 불법 연계자전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건 기업어음(CP) 파킹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CP 파킹을 하는 증권사와 파킹을 받아주는 증권사간 신뢰가 없으면 연계 자전거래는 불가능하다.증권사간 CP 파킹의 핵심은 파킹을 하고 돌려받을 때 가격이 동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킹을 해주는 증권사는 보수도 받지 않고 CP 파킹을 도와준다. 파킹 증권사는 CP가 처음 발행됐을때 이를 신탁이나 랩 운용 증권사에 팔고 난 이후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이같은 거래에 동참하게 된다. 채권형 랩·신탁 운용 증권사, 파킹을 받아주는 증권사간 오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불법 행위인 셈이다.
CP 파킹은 불법 행위일 뿐 아니라 단기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다. 장내 채권이 아닌 장외 거래가 대부분인 CP지만 엄연히 시장가격이 있고 이에 맞게 거래를 해야 한다. 또 사별로 시장가격에 맞게 회계 처리를 해야 하는데 왜곡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장외 채권에 대한 가격 산정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감독당국도 실정을 파악하는 데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의 '신탁계정의 회계처리와 공시' 규정에 따르면 시가계산이 불가능한 채권의 경우 시가평가위원회에서 공정가치로 계산한다. 더불어 '단독 운용 실적배당신탁의 경우 취득원가로 평가하되 신탁계약 종료시에는 시가평가를 하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탁계약 종료시에 시가평가를 하라는 규정이 문제의 시발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신탁 기간동안 시가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신탁의 만기가 도래할 때 편입 CP에 대한 시가평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다. 신탁 운용 증권사는 신탁 만기 전에 CP를 매도해 투자자금을 돌려줘야 해 이미 보유자산을 현금화한 상태가 된다. 신탁이나 랩 상품내 존재하는 현금을 시가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물론 편입했던 CP를 매도한 것처럼 보이게 하나 실제로는 다른 증권사에 파킹을 하게 된다. 파킹시 CP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가 혹은 장부가로 넘기게 된다. 규정상 문제가 없어 장부가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신탁에 편입된 CP파킹이 훨씬 수월하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CP의 종목별 유동성이 많지 않아 시장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기도 하고 채권형 신탁이나 랩에 포함된 CP는 시가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CP 파킹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은 CP 파킹을 통한 연계 자전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초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연계 자전거래를 이유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전거래에 대해서는 증권사 검사를 통해 꾸준히 징계를 해왔다"며 "이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연계 자전거래는 검사를 나가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연계 자전거래를 포함한 자전거래는 불법"이라며 "적발되면 징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감독원의 눈치를 살피면서 익일 자전거래 외 이틀 이상의 자전거래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익일 자전 거래만 피하면 감독원이 간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익일 자전거래를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 내지는 보름, 한 달 파킹에 나선다는 전언이다. 혹은 파킹 증권사를 여러 군데 둬서 거래 경로를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감독당국도 CP 파킹 거래를 통한 연계 자전거래를 다 알고 있는 듯 하다"며 "어디까지가 용인되고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사실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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