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규제 대상' 상장 계열사들, 왜 공시 안했나 [지주사 폭탄 사조그룹]③지주사 전환 의무공시 미포함, 주가 영향 불구 '사각지대' 지적
박창현 기자공개 2017-07-12 08:01:32
[편집자주]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를 승계 히든카드로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예외다. 이미 3세 지배력이 상당하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소유구조 탓에 지분 해소 비용도 부담이다. 실익이 전혀 없다. 사조그룹 지주사 강제전환의 배경과 영향, 향후 움직임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6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은 기업 지배구조의 총제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지분 소유 구조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양도소득세 이연과 취득세 면제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반대로 규제도 뒤따른다. △금산분리와 △지주사 부채비율(200% 미만) 유지 의무 △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지분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계열사 지분 보유 규제와 여기서 파생된 상호·순환 출자 금지 규율 때문에 그룹 지배 지형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일례로 지주사는 비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해선 안되고, 지주사 소속 그룹사들은 자회사 외 계열사 지분을 일절 가질 수 없다.
사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소속 계열사들이 지분 규제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된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등 6곳의 계열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지분 보유 규정에 따라 대량으로 주식을 시장에 팔거나 다른 기업에게 넘길 경우, 주가가 요동치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민감한 이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계열 상장사 6곳은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 지주사 전환 내용에 대해 단 한 줄의 공시나 알림도 없었다. 올해 초 공시한 분기보고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그룹 지주사 전환이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닌 만큼 사조 계열사들이 변동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장법인은 공시 규정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시를 해야 한다. △구조 조정과 △부도 △합병 △증자 △주식배당 △자사주 매매 △사업 목적 변경 △최대주주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투자자에게 반드시 알려야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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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산업의 경우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모회사(최대주주 포함)의 지주사 전환은 의무공시 사안이 아니다. 의무공시가 아니더라도 주가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자율 공시를 하면 된다. 하지만 6개 상장 계열사 중 단 한 곳도 그룹 지주사 전환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지주사 전환은 사조 계열 상장사들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당장 사조산업-사조해표, 사조대림-사조해표 등 상장사 간에 상호 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한 쪽이 지분을 시장에 팔아 지분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 출자 고리도 문제다. 행위제한 요건을 따지면 사조산업 지분 3.9%와 사조대림 43.1%, 사조해표 7.6%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주사의 증손회사가 되는 사조오양은 100%룰에 걸려있다. 지주사 규율에 따라 모회사인 사조대림은 보유지분 54.9% 외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시장에서 사들이던가, 아니면 보유 지분을 지주사 등에 팔아야 한다. 100% 지분 취득에 따른 상장 폐지와 최대주주 변경 등의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사 간 대규모 주식 거래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오버행 이슈와 거래량 증가로 인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사조그룹은 의무공시 사안이 아닌 만큼 해당 사실을 시장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조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제외 선택지도 있기 때문에 자진해서 지주사 전환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이달 1일부로 지주사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공정위는 기준 미달 지주사들에게 현행 지주 체제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며 일반기업 형태로 돌아갈지 선택권을 주고 있다. 사조시스템즈 역시 자산이 5000억 원이 안되기 때문에 선택권이 있다. 결국 지주사 제외를 염두에 두고 사조그룹이 미공개 결정을 내렸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설사 제외 신청을 한다 하더라도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주사 제외를 이미 결정한 상태라면 더욱 더 미리 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배구조 판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지주사 전환 사실을 의무공시 항목으로 두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지배구조 의무공시 사안 중 '최대주주 변경건'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기업이 반드시 공시를 할 필요는 없다"며 "이외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업이 자진 공시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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