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허점 드러낸 출자사 경영능력평가 금호타이어, 정성평가 '반발'…'닮은꼴' 대우건설에 쏠린 눈
김장환 기자공개 2017-07-12 17:05:37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1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가 산업은행의 경영능력평가에 반발해 대척점에 서게 된 이유를 상표권에서 시작된 양측의 분쟁으로만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곳뿐 아니라 대우건설 등 출자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이를 묵살해왔다. 이번 논란은 산업은행이 그동안 지속된 잡음에도 일방적으로 진행해온 평가 방식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금호타이어는 하루 전인 10일 산업은행 경영능력평가에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앞선 7일 주주협의회를 거쳐 2016년 금호타이어 경영능력평가 등급을 최하위 수준인 'D'로 부여한 것에 불복하며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소송 등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금호타이어의 주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부여한 경영능력평가 점수가 '갑작스럽게' 변동됐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구나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 점수를 뒤집어 적어도 C등급을 받을만한 상황임에도 D등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를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의 상표권 다툼으로 매각이 난항을 겪자 '보복' 차원에서 단행된 일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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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의 2016년 경영능력평가 D등급이 갖는 핵심 의미는 대표이사의 해임을 단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이 발동된다는 점에 있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같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와 산업은행이 맺어둔 경영이행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2년 연속 D등급 이하 평가 점수를 받을 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난항에 보복하기 위한 등급 부여가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논란을 낳게 된 근본 원인 자체가 산업은행의 잣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영능력평가 방식에 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호타이어에서 뿐 아니라 여타 출자사에서도 동등한 잡음으로 소송까지 휘말리는 수난을 겪었음에도 산업은행은 객관적인 평가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임직원 40여 명은 올해 초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소송 당사자는 대우건설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칼끝은 산업은행을 향해 있었다. 산업은행이 2015년 경영능력평가에서 불공정한 방식으로 D등급을 부여해 성과급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패소시 비용은 물론 대우건설에서 지급하겠지만 산업은행도 다양한 여파를 피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단행한 경영능력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산업은행의 2015년 경영능력평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핵심도 바로 '정성평가' 항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자의적 점수 부여로 D등급을 받게 됐다는 점에 있었다. 대우건설은 호전된 실적 등을 이유로 2015년 5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하기도 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 1420억 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내놨다. 그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역대 최다 규모인 6850억 원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경영능력평가에서 2014년(C등급)보다 낮은 D등급을 받은 이유는 비계량(정성)평가 항목 점수가 크게 낮았던 탓이다.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정량평가 항목만 놓고 보면 2014년에는 100점 만점에 40점, 2015년에는 50점대였다. 반면 정성평가에서는 두드러지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항목에는 경영관리협력, 부실사업장 축소 및 재발방지, 윤리경영, 경영관리시스템 선진화 등 부문이 포함돼 있다.
주가가 정성평가 점수를 깎아내린 원인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제시한 목표 주가가 있는데 거기에 크게 못 미치는 연말 주가 때문에 점수를 낮게 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주가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작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노력한다고 해결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산업은행은 한 마디로 '제 멋대로' 기준을 적용해 출자사 경영능력평가를 했던 셈이다.
물론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경영능력평가를 다르게 봐야 하는 점도 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곳이지만 금호타이어는 주주협의회 4개 채권은행이 각각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경영능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도 가장 큰 힘을 쥐고있는 채권자는 역시 산업은행이다. 채점 방식 역시 산업은행이 여타 출자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금호타이어가 이번 경영능력평가를 두고 반발하고 나설 만한 빌미를 제공한 것도 결국 산업은행이 그동안 출자사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 방식을 동원한 탓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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