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8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이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조건을 수용키로 했다. 다만 산업은행이 제시한 847억 원의 차액 일시 보전 제안을 거부하고 매년 상표 사용료를 수취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이 더블스타와의 계약 조건(상표권 5+15년)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제시한 상표권의 실질 이용 기간(12.5년)을 수용하겠다며 공을 돌렸다.

금호산업의 제안은 사실상 상표권 20년 의무 사용에서 기간만 12.5년으로 단축됐을 뿐 이전 입장과 달라진 점은 없다. 산업은행에서 상표권 보전 기간과 금액으로 제시한 전제조건인 '5+15년' 계약 기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신 12.5년의 보전기간을 상표권 이용기간으로 역제안하면서 산업은행의 허를 찌른 셈이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18일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한 4번째 이사회를 열고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12.5년(사용요율 0.5%) 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12.5년의 상표권 사용기간은 산은 측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이사회가 4번 열리는 기간 동안 줄기차게 5년 의무 사용 이후 15년 선택 가능이라는 '5+15년' 상표권 사용기간을 거부해왔으나 사실상 대부분을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의 이 같은 이사회 결의 내용은 앞서 7일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에 더블스타가 제시한 상표사용 조건(5년 의무사용, 15년 사용기간 중 중도해지 가능)에 따른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상표권 사용료 차액을 일시에 보전, 지급키로 제안한 데에 대한 답변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은 당초 상표권 사용 요율 0.5%, 20년 의무 사용을 주장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20년 상표권을 요구하자 의무 사용 기간 차이(15년)의 중간값을 더한 12.5년을 보전 기간으로 제시하고, 사용료율 차이인 0.3% 만큼을 보전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과 금호산업 측은 그러나 산은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기간 12.5년을 수용하는 대신 상표권 사용 조건 차이에 따른 차액을 보전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이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매년 상표 사용료 수취)으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채권단의 12.5년의 보전기간과 보전금액은 박 회장과 금호산업이 더블스타가 제시한 상표사용 조건(5+15년)을 받아들인다는 전제에서 나온 숫자다. 지난 6일 산은에서 제시한 12.5년이라는 숫자는 상표권 사용기간이 아니라 금호산업에서 5+15년 계약 기간에 합의할 경우 상표권 이용 기간 및 요율 차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기간을 의미했다.

따라서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산업은행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기간 12.5년 수용은 사실상 보전기간 및 보전금액 전제 조건이었던 '5+15년' 조건을 거부한 것이 된다. 산은의 상표권 차액 보전을 거부한 대신 12.5년 간 0.5%의 요율로 상표권을 수취하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에서 제시한 12.5년이라는 상표권 관련 기간을 전격 수용한 듯 하지만 역으로 새로운 제안을 한 셈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산은에서 상표권 사용기간 12.5년과 사용료율 0.5%의 차액을 보전하겠다고 한 것은 기간과 요율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면서 "산은이 제시한 12.5년을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우리도 많은 것을 양보한 것이다"고 말했다.

채권단(산업은행)은 이번 이사회 결의가 사실상 금호산업이 상표권 사용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초 상표권 사용기간과 사용요율 차이의 보전안 자체가 '5+15년' 사용기간 동의를 전제로 한 당근책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박 회장과 금호산업이 산은이 제시한 12.5년이라는 숫자를 수용한 만큼 산업은행 측에서도 금호 측의 제안을 무작정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