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정' 도전·혁신을 추억하다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현대산업개발]①국내 첫 완성차 개발 뜻 기려 아들 정몽규 설립, 포니정 혁신상' 등 제정
이명관 기자공개 2017-11-30 08:10:24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4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이자 국내 자동차 수출신화를 일군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포니 정'으로 불린다. 현대자동차의 초대 사장으로 국내 최초의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의 탄생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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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예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포니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2번째로 고유모델을 갖는 국가가 된 순간이다.
자동차업계에 젊을 바친 정 명예회장의 도전과 혁신 정신은 현재 '포니정재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교수를 꿈꾸던 정세영 명예회장
포니정재단은 정 명예회장이 작고한 이후 그의 뜻을 승계하기 위해 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주도로 2005년 11월 문을 열었다. 재단명도 정 명예회장의 별칭을 따서 붙였다.
설립 초기 포니정재단의 주축 사업은 장학사업이었다. 먼저 장학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정 명예회장과 연관이 깊다.
정 명예회장은 본래 기업 경영에 뜻이 없었다. 그의 꿈은 교수였다. 고려대 정외과를 마친 뒤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1955년 미국 유학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매달 송금되던 학비가 끊긴 것이다. 그의 학비를 책임졌던 이는 고 정주영 회장이었다. 당시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학비를 보내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 명예회장은 계속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수의 대학교에 편지를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마이애미 유니버시티(Miami University)에서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고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당시 기억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1957년 여름,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던 날 나는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 집안에서 처음으로 정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고, 마침내 미국유학까지 한 일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리고 이 같은 유학시절 경험은 장학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324명의 장학생을 선발했다. 누적 장학금은 22억 원으로 등록금 전액 지원 등 연간 2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을 택한 배경은 과거 어려웠던 국내 사정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학창시절 당시 모두가 굶주렸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 기반은 무너지고 폐허가 됐다. 베트남도 전쟁을 겪은 데다 풍족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교육열이 높았고 한국과 상황이 유사하다고 봤다. 지금까지 지원한 베트남 장학생은 560명으로 누적 장학금은 28만 달러 수준이다.
◇"기본이 바로서야 경쟁력이 생긴다"
포니정재단은 단순 장학금 지급을 넘어 학술 지원으로 사회 공헌 범위를 넓혔다. 정 명예회장은 기본을 가장 중시했던 인물이다. 늘 "기초 학문 발전 없이 실용 학문의 발전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국가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 분야에 투자해 성장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포니정재단은 그의 뜻을 이어 기초학문 분야의 진흥을 위해 2009년부터 인문학 분야에 대한 학술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학술지원 분야를 인문학 전체로 확대했다. 지원 대상도 교수에서 학위 취득 5년 이내의 인문학 박사로 변경해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포니정 혁신상'도 제정해 수여하고 있다. 포니정 혁신상은 국내 첫 고유 자동차 모델을 개발한 정 명예교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 이름도 그의 애칭을 따왔다.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수여한다.
포니정 혁신상을 받은 인물들을 살펴보면 반기문 UN 사무총장,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 차인표 신애라 부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조성진 피아니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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