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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정몽준' 복지사업으로 이미지 쇄신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현대중공업그룹]②부친 정주영 이어 재단 2곳 이사장 취임, '우호지분' 지배력 강화 효과도

심희진 기자공개 2017-11-30 08:09:05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7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료복지 확대 취지로 이뤄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재단 출연은 결과적으로 6남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사진)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줬다. 정 이사장은 정치인 시절 재단 공익사업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뿐만 아니라 공익재단들이 현대중공업 계열사 주식을 대부분 매입하면서 그룹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의 우호지분 확보에 힘을 보탰다.

◇2차례 대선 출마...잇단 재단 이사장 취임
정몽준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7년 7월 21일 사재 50억 원을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질병 퇴치 및 의료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서울 송파·용산, 강원도 강릉·홍천, 전북 정읍 등에 총 8개의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재단 설립 직후부터 2001년까지 1~6대 이사장을 맡았다. 변화가 생긴 건 2001년 3월 21일 정 명예회장이 향년 86세로 타계하면서다. 같은 해 4월 12일 정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이사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재단의 7대 대표에 올랐다.

당시 기업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5남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아닌 정 이사장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맡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정 이사장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형제들 중 유일하게 재단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등 복지사업에 관여해 왔다.

정 이사장이 아산사회복지재단 운영을 통해 공익사업 전면에 나선 2001년은 16대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취약계층을 돌보는 복지재단의 이사장이 되면서 그에게 단순 재벌 2세보단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대선 후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각인됐다.

공교롭게도 정 이사장은 정확히 10년 뒤 또 한 번 공익사업이 주는 우호적 이미지의 수혜자가 됐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인 2011년 10월 14일 사재 2000억 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에 오른 정 이사장은 청년 창업 지원 등으로 복지 사업을 확대하며 민생을 돌보는 대권 주자의 행보를 보였다.

◇아산사회복지·나눔 등 핵심 계열 지분 확대, 지배력 발판

아산사회복지재단이 현대중공업 주주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건 정 이사장이 취임한 지 2년 후인 2003년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 주식 156만 1040주를 매입해 2.05%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특수관계인 가운데 정몽준 이사장(10.8%), 현대미포조선 (5%)에 이은 3대 주주다.

이후 2005년에 24만 3960주, 2006년에 115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아산사회복지재단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은 192만 주(지분율 2.53%)로 늘었다. 이후 2006년에는 현대중공업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주식도 8만 6000주(지분율 0.43%) 사들였다. 절대량은 미미하나 특수관계인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41.09%)에 이은 2대주주다.

아산나눔재단은 출범한 지 한 달여 후인 2011년 말 현대중공업 주식 49만 2236주를 매입했다. 특수관계인 가운데 아산사회복지재단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0.65%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후 2014년에는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주식 60만 6700주(지분율 0.25%)도 사들였다.

올 초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업부 분할을 추진하면서 두 재단이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 수는 더 많아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 30만 4179주(1.87%), 현대일렉트릭 12만 2855주(2.39%), 현대건설기계 11만 8843주(2.39%), 현대중공업 192만 주(2.53%), 현대미포조선 8만 6000주(0.43%)를 보유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현대로보틱스 7만 7983주(0.48%), 현대일렉트릭 3만 1496주(0.61%), 현대건설기계 3만 468주(0.61%), 현대중공업 49만 2236주(0.65%), 현대오일뱅크 60만 6700주(0.25%)를 들고 있다. 현대로보틱스의 100%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계열사 주주인 셈이다. 두 재단이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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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증대를 노리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오너의 계열사 지배구조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낸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 구성이 정 이사장과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나눔재단 등으로 단출하다는 점에서 정 이사장이 두 재단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재단의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은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이 출연한 계열사 지분에 대해 5%(성실공익법인 10%)까지는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정 이사장이 아들인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줄 경우 세금을 내지 않고도 우호지분을 넘겨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정 대표는 그룹 내에서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현대로보틱스 97주(0.00%), 현대중공업 460주(0.00%), 현대건설기계 29주(0.00%), 현대일렉트릭 30주(0.00%)로 두 재단보다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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