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인하·물류재단' 서로 다른 계열사 주식 활용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한진그룹]③'지분 매각' 유동성 축적, 대체 투자주식 취득 '수익성 제고'
박상희 기자공개 2017-11-30 08:07:28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8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한진그룹 소속 공익재단은 창업주 등 오너 1세대가 출연한 계열사 주식이 기틀이 됐다.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칼(대한항공 인적분할), ㈜한진, 정석기업 주식 등이 오너로부터 출연 받은 주요 자산이다.증여 등을 통해 출연 받은 주식은 공익법인 설립 취지에 맞게 사용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주주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되면서 외부에 매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진그룹 재단은 필요에 따라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 매각에 나서 눈길을 끈다.
정석물류재단은 현금 확보 차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매각했다. 정석인하학원은 계열사 투자주식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식을 팔고 에쓰-오일(S-Oil) 주식을 취득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 '입맛대로' 고유목적 또는 수익사업 자산 처리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정석인하학원은 주식 및 출자지분으로 1201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정석인하학원은 개별 법인인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이 합병해 탄생했다. 합병 전 정석학원은 고유목적사업 자산으로 622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하학원은 고유목적사업으로 343억 원, 수익사업으로 28억 원을 각각 보유했다.
합병 이후 정석인하학원의 투자주식 자산은 1201억 원으로 평가액이 증가했다. 해당 자산은 전액 고유목적사업 자산 계정으로 분류됐다.
반면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이 보유 중인 주식은 수익사업 자산 계정으로 분류됐다. 정석학술물류재단은 수익사업 자산으로 54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우재단도 수익사업 자산이 30억 원이다.
이들 재단의 주식 보유는 오너 1세대의 증여로부터 시작됐다.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선대회장과 부인 고 김정일 여사가 기증한 주식이 대부분이다. 출연 경로는 같았지만 재단마다 자산으로 인식하는 계정이 달랐다. 정석인하학원이 보유 중인 주식 자산을 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한 데 반해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은 수익사업으로 분류했다.
한편 내년 1월부터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과 수익사업 부문을 구분해 재무상태표와 운영성과표를 작성해야 한다. 제각각으로 작성됐던 공익법인의 재무제표에 단일한 원칙을 적용해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 정석물류재단, 계열사 주식 매각 '현금 확보'
한진그룹 공익재단이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였다. 2011년 정석학술물류재단이, 2013년 정석인하학원이 각각 보유 중인 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했다. 일우재단은 설립 이후 주식을 매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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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물류학술재단은 기본재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판단하고 정석기업 주식 1만 1324주(평가액 21억 9299만 원)와 한진관광 주식 2만 7717주(평가액 18억 1532만 원)를 한진정보통신에 매각했다. 취득금액(17억 4623만 원) 대비 22억 6208만 원의 평가이익을 누렸다. 매각 단가는 회계법인에 의뢰한 주식가치 용역 결과를 토대로 했다.
당시 정석물류학술재단이 주식 매각에 나선 것은 기본재산 중 현금 비중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본 재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배당 성향에 따라 수입금이 변동된다.
기본자산 중 현금 비중 확대로 가닥을 잡고 계열사 일부 주식을 매각해 정기예금으로 예치했다. 2011년 주식 매각으로 40억 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됐지만 현재 정석물류학술재단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은 제세공과금을 6억 원을 제외한 약 34억 원이다. 주식매각으로 현금화 한 자산은 별도 사업에 쓰이지 않고 현금으로 그대로 묶여있다.
정석인하학원이 주식을 매각한 것은 정석물류학술재단과 달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다. 보유 중인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를 처분하고 대체주식을 취득했다.
정석인하학원은 2013년 대한항공 주식 36만 6000주, 한진칼 주식 17만 6900주를 장내서 각각 125억 4570만 원, 26억 5013만 원에 분할 매각했다. 매각 총 금액은 151억 9584만 원이다.
대체 주식으로 에쓰오일 20만 8522주를 7만 4281원에 취득한다. 취득금액 총액은 154억 8921만 원이다. 대체주로 에쓰오일을 선택한 것은 한진그룹과 에쓰오일 거래 관계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과 에쓰오일은 오랜 기간 원유 운송 계약을 맺어왔다. 한진그룹은 2007년 에쓰오일의 지분 28.41%를 취득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정석인하학원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보유 중인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매각한 한진그룹과 달리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다. 장부가액은 180억 원이지만 현재 주가를 감안한 평가액은 2배에 달한다. 지난해 3억 7533만 원의 배당금을 수취하는 등 에쓰오일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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