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교육 철학 담은 '동원육영재단'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동원그룹]①김재철 회장 설립 주도, '현금+주식' 출연·이사장 역임
박창현 기자공개 2017-11-30 08:10:07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8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땅 끝 마을의 이웃,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시절이었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는 일이 당연시 되곤 했다. 배를 타고도 세상의 가혹함이 잊혀지지 않았다. 배움이 한(恨)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장학 사업에 매달렸는지 모른다. 가슴으로 한 일은 어느 덧 인생의 사명이 됐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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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 회장은 장학 사업을 위해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이미 개인적으로 장학 사업을 벌이고 있었지만 개인 수입만으로 재원을 충당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사재를 출연해 재단을 만든 후 체계적으로 장학 사업을 펼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 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 총 3억 원을 출연했다. 먼저 현금으로 7000만 원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동원산업 46만 주(2억 3000만 원, 액면가 500원)를 보탰다. 그가 가진 지분의 10분의 1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1979년 기준으로 보면 100대 상장기업 가운데 단 16개 곳만 장학재단을 갖고 있었다. 기금 규모도 상당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3억 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하지만 시계추를 1979년으로 되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실제 기금 3억 원으로 출발한 동원육영재단은 1979년 설립된 11개 장학재단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이후에도 오너 일가가 주도적으로 재단 지원에 나섰다. 2006년 9월 김 회장의 배우자 고(故) 조덕희 여사는 보유하고 있던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 26만 6447주(4.96%)를 출연했다. 현재 장부가격만 95억 원에 달한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재웅 씨도 2009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김 씨 역시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 5만 9281주를 내놨다. 동원육영재단은 3년 후 이 지분을 팔아 36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김 회장 일가가 출연한 주식과 현금이 재단 살림 밑천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재단 운영 또한 김 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재단 설립 이후 줄곧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매제 관계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이 상임이사로서 김 회장을 보필하고 있다. 다른 이사진 면면도 화려하다. 강석진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과 최순자 인하대 총장,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 추명훈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황인태 중앙대 교수 등이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한상교 웅진홀딩스 고문과 이준보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는 감사 업무를 맡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재단이 한 일도 많다. 1980년 부산수대 연구비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장학사업 △교육발전 사업 △교육지원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동원육영재단 장학금 수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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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발전지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재단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전남대, 한국외대, 부경대, 전남대, 조선대 등 대학 및 연구기관을 후원하고 있다. 또 서울대 동원생활관과 고려대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 부경대 장보고관 건립도 지원했다.
동원책꾸러기 프로그램은 국내 대표 교육 지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재단은 2010년부터 만 6세까지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월 그림책을 무료로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20만 권이 넘는 그림책을 보냈다. 김 회장 또한 한 달에 10~20권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책읽기를 강조했던 김 회장의 교육 철학과 가치관이 가장 잘 반영된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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