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 정신' 문화재단, '대물림' 장학사업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①47년 '반세기' 역사…임창욱 명예회장, 창업회장 교육 철학 계승
노아름 기자공개 2017-12-04 08:42:26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9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상문화재단에는 고(故) 임대홍 창업회장(사진)의 '미원 정신'이 깃들어 있다. 임 창업회장은 해방 이후 밀수까지 해오던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에 대한 선호도를 국산 '미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국가에 기여할만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뜻을 세웠다. 일본으로 건너가 조미료 생산 기술을 배우던 1955년 당시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는 학술·장학 목적의 공익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임 창업회장은 재단을 설립하며 1000만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 대상문화재단은 이를 씨앗으로 현재 자산 526억 원을 보유한 재단으로 거듭났다. ㈜대상 등 주요 사업회사가 현금 및 예적금 상품을 기부해 공익사업(고유목적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틀을 닦았다.
대상그룹은 대상문화재단으로 사회공헌 창구를 일원화해뒀다. 뿌리는 47년 전에 설립된 세림장학회에 내렸다. 1971년 첫 발을 뗀 세림장학회는 이후 세림문화재단(1979년), 미원문화재단(1989년) 등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7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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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임창욱 명예회장(사진)은 뒤를 이어 1982년 대상문화재단 이사장에 올랐다. 당시 임 명예회장은 미원그룹 부회장으로서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임 창업회장은 그룹 경영을 본인이 직접 총괄했지만 대상문화재단 운영은 적통 후계자였던 임 명예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대상문화재단이 갖는 상징성이 뚜렷한 까닭에 임 명예회장은 문화재단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임 명예회장은 1997년 당시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후퇴하면서도 문화재단의 이사장 자리는 유지했다. 이후 현재까지 36년 간 공익재단을 이끌어오고있다.
창업자에서 오너 2세로 대상문화재단의 이사장이 바뀐 후에도 재단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총 245명의 국내외 중고등학생, 대학생에게 장학금 및 장학증서 등을 수여했다. 이외에도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등을 수년째 후원하며 지역 문화·학술연구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마다 ㈜대상 등 주력 계열사가 십시일반 출연한 현금 및 예적금 상품이 공익사업(고유목적사업)을 영위하는 기반이 됐다. 2014년 ㈜대상과 대상FNF는 각각 30억 원, 600만 원을 기부했다. 2013년에는 ㈜대상이 330여만 원을 대상FNF가 360여만 원을 후원했다. 앞서 2012년에는 ㈜대상이 5억 원의 예적금을 대상문화재단에 출연한 바 있다.
대상그룹은 장학사업을 통해 인재 육성이라는 공익재단 설립 목적 이외에도 그룹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 제고 등 부수적 효과 또한 누리고 있다. 대상그룹은 전통 장류 및 조미료, 식초 및 액젓 등 일상 생활에 깊게 뿌리내린 농수산·발효식품 등을 유통하고 있다. '청정원', '종가집' 등 식품브랜드 판매가 소비자 평판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공익재단 명칭 변경 및 동우회 운영 등 재단의 잇단 행보에서 엿보인다. 대상그룹은 재단의 간판을 세림장학회→세림문화재단→미원문화재단→대상문화재단으로 바꿔다는 과정에서 미원 등 대표 상품을 재단의 얼굴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대상문화재단은 동우회를 운영하며 장학생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다. 47년 간 1만 5500명에게 장학금 170억 원을 수여하며 곳곳에 이른바 '대상DNA'를 심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대상문화재단은 창업자의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공익재단"이라며 "2대 이사장을 역임했던 고 임대홍 창업회장이 장학 및 학술사업에 대한 사회공헌 의지가 컸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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