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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유지 깃든 공익사업, '아들 세대'에 결실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두산그룹]①1~4남 학술재단 설립, 5남 박용만 '지역 상생' 사업 추가

심희진 기자공개 2017-12-06 08:39:23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30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의 공익재단은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박 초대회장은 인재 양성을 위한 학술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여건 미비로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박 초대회장의 공익사업은 그의 타계 5년 후인 1978년 네 아들의 노력으로 실현됐다.

박 초대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시작한 공익사업은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체제에서 확장됐다. 박용만 회장은 2015년 말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신설해 자산규모 200억 원대 공익사업을 하나 더 늘렸다. 동대문 지역상권 살리기, 패션 브랜드 확장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두산그룹 공익재단의 성장을 이끌었다.

◇부친 유지 받든 1~4남, 십시일반으로 학술재단 설립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연강재단과 동대문미래창조재단 등 두 개의 공익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1호인 두산연강재단은 1978년 10월 4일 설립됐다. 출연자는 박두병 초대회장의 1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2남 고(故)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 3남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4남 박용현 중앙대학교 이사장 등 그룹 오너 3세들이다. 재단 설립 당시 대학생이었던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고등학생이었던 6남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기부 명단에서 빠졌다.

당시 박용곤 명예회장은 현금 1000만 원 및 주식 2000만 원, 박용오 회장은 주식 1500만 원을 각각 재단에 출연했다. 박용성 명예회장과 박용현 이사장은 각각 주식 950만 원, 900만 원을 기부했다.

두산연강재단의 탄생은 박 초대회장의 유지에서 비롯됐다. 부친 박승직 창업주에 이어 두산그룹의 기초를 다진 박 초대회장은 1967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복지사업 중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재 양성에 필요한 학술재단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1973년 박 초대회장이 향년 63세로 작고하면서 두산그룹은 공익사업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3세 경영체제를 맞이했다. 5년 뒤인 1978년 박 초대회장의 네 아들은 부친을 기리고 그의 유지를 받들고자 두산연강재단을 세웠다. 연강은 박 초대회장의 호다.

오너 3세 중에서 유일하게 의료계에 몸 담았던 박용현 이사장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설립 당시 이사진에 합류한 박 이사장은 2005년 11월부터 공익사업을 전면에서 지휘하고 있다.

두산연강재단의 사업은 △장학 △학술연구 △교사 학술시찰 △국내외 도서지원 △기획공연 제작 △갤러리 전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두산연강재단은 장학 및 학술연구에 특화돼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중국학 전공자들이 현지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외대학에 한국어과를 개설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두산연강재단 관계자는 "설립 직후인 1979년 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장학금을 지급했다"며 "1988년에는 우리 언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민간 최초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 한국학과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연강재단의 자산총액은 1335억 원이다. 2007년 두산아트센터를 개관하는 등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을 넓히면서 보유 자산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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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왼쪽), 박용현 중앙대학교 이사장(가운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오른쪽)>

◇그룹 터전 '동대문' 지역 살리기 나선 5남

박 초대회장의 공익사업은 5남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체제에서 확장됐다. 2012년 4남 박용현 이사장에 이어 그룹을 이끈 박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2015년 11월 6일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설립했다. 두산그룹이 서울 동대문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지역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산타워에 시내 면세점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었다.

당시 박 회장은 보유 중이던 ㈜두산 주식 100억 원가량을 재단에 출연했다. 이와 별도로 ㈜두산은 현금 100억 원을 기부했다.

2016년 말 기준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의 자산총액은 183억 원이다. 약 6300만 원에서 출발한 두산그룹의 공익사업은 40년이 흐른 현재 1500억 원으로 몸집이 불어났다.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의 사업은 △동대문 지역발전 모델 개발 △신생 디자이너 발굴 및 육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총 사업비 15억 원 중 패션 브랜드 후원에 6억 원, 동대문 지역 마케팅에 9억 원가량이 쓰였다.

지역 및 문화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성향은 이사진 구성에도 잘 드러난다. 현재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의 이사 및 감사는 총 6명이다. 전 문화부 차관인 김동호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 등이 이사로 합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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