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회복 한진그룹, 조달 여건 개선 성공할까 [2017 Big Issuer 분석]대한항공 전망 '안정적', 공모채도 흥행…활발한 사모 조달도 병행
이길용 기자공개 2017-12-19 14:38:37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8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공모채 시장의 조 단위 빅이슈어(Big Issuer)였던 한진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악화와 한진해운 이슈 등으로 인해 빅이슈어의 위상을 잃었다. 올해 마침내 신용도 반전을 이뤄냈지만 옛 명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다만 공모와 사모를 가리지 않고 수요만 있다면 회사채를 찍고 있다. 특히 올해는 모처럼 공모 회사채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한진그룹은 올해 4900억 원(공사모 포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7852억 원(한진해운 신종자본증권 포함)보다 3000억 원가량 줄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4577억 원을 조달했고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자금 사정이 이전보다 여유로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7000억 원이 넘는 자본을 확충하면서 재무구조는 한층 개선됐다.
한진해운은 2010년 1조 4300억 원, 2011년 2조 2640억 원, 2012년 2조 4564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 단위 빅이슈어였던 한진그룹은 2013년부터 회사채 발행을 자의 반 타의 반 줄였다. 당시 A0였던 대한항공의 등급은 이후 꾸준히 하향 조정돼 BBB급까지 떨어졌다. 그룹 신용도 핵심인 대한항공의 크레딧이 악화되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신용도 악화에 불을 질렀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A급과 BBB급의 차이는 현격하다. 회사채 투자 기관들은 대부분 내규상 투자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A0로 결정한다. A-로 한 노치만 떨어져도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BBB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BBB급부터는 투자 가능한 기관이 거의 없다. 분리형 하이일드펀드와 리테일 수요에 의존해야 한다. 주문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 전반적으로 자금 수요가 많지만 신용도가 받쳐주지 않아 대규모 조달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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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한진과 대한항공이 각각 1500억 원과 3400억 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한진과 대한항공은 공사모 가리지 않고 수요가 모이면 즉각 발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신용도가 회복되면서 조달 환경이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대한항공이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실적이 개선됐고 자본확충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부담이 줄어든 점이 전망 조정 논리였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각각 BBB(안정적), BBB+(부정적)으로 평정하고 있다. 12월 기업어음(CP) 정기 평가 과정에서 두 신용평가사도 대한항공에 대한 등급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1600억 원의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공모채를 발행할 때 주관사들의 리테일 수요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수요예측에서 들어오는 주문은 전무하거나 100억 원 이하인 경우도 수두룩했다. 올해는 800억 원을 모집하려 했는데 수요예측에서 3350억 원의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대한항공은 민평보다 125bp 낮게 금리를 결정했고 발행 규모는 16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도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신용도 회복을 인정한 셈이다. 당시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한항공의 자체적인 크레딧이 흥행의 원동력이었다.
한진그룹은 올해 신용도 회복의 원년을 이뤄내면서 내년에는 더욱 활발한 조달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룹 전반적인 신용도 회복으로 이어진다. 회사채 발행사가 대한항공과 한진 두 곳에 불과하지만 이전보다는 수월한 환경에서 회사채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신용도가 턴어라운드 했다는 점은 이미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입증됐다"며 "사모채 발행도 병행하겠지만 워낙 자금 수요가 많은 곳이라 공모채 발행을 적극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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