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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던진 황성호…자산운용협회 분리 '뜨거운 감자' [금투협회장 후보 분석]다방면 업계 경험·승부사 기질 강점, 독이 된 '고려대 라인'

이충희 기자공개 2018-01-12 11:46:50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2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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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업계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국계 은행에서 사회 경력을 시작해 카드사,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두루 거쳤다. 짧지만 금융투자협회 부회장 경험도 있어 차기 협회장으로서 부족함 없는 경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가 이번 선거전에서 전면에 내세운 자산운용협회 분리 공약은 최근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운용사만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증권업권을 뺀 반쪽짜리 협회가 과연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씨티은행 간부후보생 출신, 외국계 다방면 경력 소유자

황성호 후보는 195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서울 경희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79년 씨티은행에 입사할 당시부터 남들과는 다른 출발선에 섰다. 당시 씨티은행은 한해 3~4명 가량의 국내외 우수 인력을 뽑아 곧바로 간부급으로 입사시키는 간부후보생 선발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황 후보는 "간부후보생 선발은 해외 유학생이나 해외대학 MBA를 딴 우수 인력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입사한 사람들은 1년여 연수를 거친뒤 곧바로 은행 내에서 차장 직급을 달았다"면서 "나는 해외대학 출신이 아니었지만 학부에서 추천을 받아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했고 연수가 끝난 이후 차장급 대출 심사역으로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씨티은행 간부후보생 출신 인사 중 은행장까지 오른 인물들이 적지 않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 행장은 황 후보와 같은해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한 동기였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역시 이듬해인 1980년 간부후보생으로 입사한 케이스였다.

씨티은행 내에서 승승장구한 황 후보는 이후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1989년), 다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 지역본부장(1992년)을 거쳐 한화그룹이 1993년 인수한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1993년)에 올랐다.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96년 한화그룹이 인수한 또다른 유럽계 헝가리은행 행장(1996년)에 취임했다. 1997년에는 씨티은행으로 돌아와 북미담당 영업이사를 역임했다. 이처럼 그는 젊은 시절 국제금융 분야에서 상당히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제일투신증권서 보여준 승부사 기질

외국계 은행에서 주로 근무했던 황 후보는 19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로 발탁돼 본격적으로 국내 증권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황 후보의 제일투자신탁증권 시절 하이라이트는 미국 푸르덴셜그룹으로부터의 외자 유치로 요약된다.

제일투자신탁은 대우채 사태 등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이곳에 합류한 그는 1년여간 회사 실적을 빠르게 되돌려 놓았다. 이후 2000년 말 푸르덴셜로부터 1억4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하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일투신은 정상화에 성공했고 그는 이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2004년에는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2007년 PCA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업부문 부대표를 지냈다. 2009년 초부터는 한국금융투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다 그해 6월 박종수 사장을 대신해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점때문에 MB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씨티은행을 거쳐 우리투자증권에서 황 후보와 함께 일했던 전 우리투자증권 임원은 황 후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지 인사 발탁 때 학벌과 출신을 따지는 편이 아니다. 우리투자증권 사장 취임할 당시 고려대 출신에 MB 낙하산이라는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그런 편가르기식 인사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지독한 1등주의…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 '호불호'

그가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지내는 동안 쌓았던 업력 중 아직까지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지독한 1등 주의를 표방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1등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경영 방침 때문에 실무진부터 각 조직을 이끄는 임원들까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면서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 후보 재임시절 우리투자증권은 여러 분야에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김창배 전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추진담당 상무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이었던 LG증권 시절부터 2등 문화에 익숙했다"며 "황 사장이 대표로 온 이후부터 1등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IB 등 증권업계를 50여개 분야로 쪼갰는데 이 중 처음에는 26개 분야에서 1등이었다"며 "황 사장 임기 마지막에는 40개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상무와 황 후보의 인연은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상무는 씨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황 후보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제일투자신탁증권과 우리투자증권까지 황 사장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지금도 황 사장 최측근 자리에서 선거를 돕고 있다. "김 상무는 황 사장의 가장 오랜 심복"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독한 1등 주의를 표방하며 조직원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는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의 소유자였고 이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이미지 마케팅에도 능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진퇴양난 빠진 자산운용협회 분리 공약

황 사장은 이번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자산운용협회 분리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200여개에 달하는 자산운용사들이 투표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점을 고려해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공약이 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어 의도치 않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이익을 적극 대변해줄 실질적 방안이 있다면 적극 밀어줄 의향이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용사들만 금융투자협회에서 떨어져 나오는 게 좋은건지 확신이 안선다"고 강조하면서 "증권사를 뺀 자산운용협회가 외부와의 갈등에서 힘을 쓸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공약에 대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말들이 많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와 운용사 간 관계를 고려하면 자산운용협회 독립은 오히려 운용업계에 독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결국 표를 받기 위한 공약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황 후보가 3년 전 협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예선전 격인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탈락했던 점도 다시 회자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형 증권사 수장 자리에 올라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되고 있다.

측근인 김창배 전 상무는 이에 대해 "황 전 사장은 외국계 은행, 운용사는 물론 국내 증권사에서 얻은 다양한 인맥과 경험에 높은 점수를 받아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던 것"이라며 "당시 PCA운용에서 받던 연봉을 절반 수준으로 깎이며 갔는데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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