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단기간 저축성보험을 늘려 온 ABL생명의 행보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 자칫 자본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쏠림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다. 실제 2017년 ABL생명이 판매한 저축성보험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현재 통계상 확인이 가능한 10월까지 지표를 놓고 보더라도 저축성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6년 한 해 동안 계약과 비교해 약 15배 이상 많다.변액·보장성 보험 강자로 꼽혔던 ABL생명의 사뭇 달라진 영업전략은 대주주 변경 이후 가속화됐다.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은 2016년 말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지난해 8월 지금의 사명을 달았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 십 년간 이어지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고객 신뢰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 낯선 사명과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외국계 대주주는 리스크 요인인 셈이다.
과도기 저축성보험은 외형 성장과 실적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는 '치트키'같은 존재였다. 경쟁력 있는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만 제시하면 판매량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일시적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 짧은 기간 내 보험료 수입이 급격히 늘어난다. 하지만 판매수수료가 높아 수익성이 낮고 IFRS17이 도입되면 책임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역마진 위협을 무릅쓰고 저축성 보험으로 외형을 늘렸던 국내 보험사들이 분주히 전략 수정에 나서야 했던 이유다.
철 지난 전략을 답습하는 ABL생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일각에선 기대했던 대주주 시너지가 저마진 외형 확장 상품이라는 사실에 당혹스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의 전철을 따른다는 꼬리표도 무시하기 어렵다.
ABL생명의 수익성은 아직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4억 원이다.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1229억 원)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결산을 이어가고 있다. 2600억 원 대의 결손금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옛 알리안츠생명의 강점으로 꼽혔던 변액·보장성보험의 경쟁력도 희석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근시안적 전략에 집중하기엔 갈 길이 멀다.
순 레이 ABL생명 대표는 지난 사명 변경식에서 "한국 보험시장에서 60년 넘게 쌓아온 경영 노하우, 글로벌 보험 그룹의 일원으로서 축적한 선진 상품 기술, 스마트하고 디지털화된 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보험 금융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이야 말로 그가 말한 노하우가 빛을 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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