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에도 웃지 못하는 사채권자 [정성립號 대우조선 명암]③주가, 출자전환 가액 35% 밑돌아…업황·회계투명성 영향
김병윤 기자공개 2018-03-20 08:15:57
[편집자주]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을 맡은지 3년여가 흘렀다. 벼랑 끝 위기 속에서 40년 내공의 베테랑은 다급히 호출됐다. 9년만의 복귀다. 생존의 기로에 섰던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생존의 기쁨은 크지 않다. '대마불사의 끝판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부담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정 사장의 공과와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9일 08: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이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6년 만의 흑자전환'이라는 성적표에도 웃지 못하는 이해관계자도 있다.구조조정 과정에서 채무조정에 동참한 사채권자다. 이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가격은 4만원대이다. 최근 주가는 36% 가량 낮다. 단기간 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나선 사채권자는 손실을 떠안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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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1018억원, 7330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6699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2011년 이후 첫 흑자다.
오랜 공백을 깨고 이익을 기록했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실적 발표가 있던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2%(600원) 오른 2만765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주가 강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락장이 연출되면서 지난 16일 2만6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은 1년 3개월의 침묵을 깨고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첫날 시초가는 호가가격 범위 하단인 2만2400원에 형성했다. 거래정지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거래재개 후 주가가 1만3000원선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는 회복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가격(4만350원) 대비 최근 주가는 35.6% 낮은 수준이다. 채무조정에 동참한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6년 만의 흑자전환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채무조정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채무조정 과정에서 사채권자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었다"며 "특히 출자전환 가액이 사채권자에 일방적으로 통보되면서 졸속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출자전환 가격은 당시 주가에 10% 할인율을 적용했다. 출자전환 가격은 청약일 3~5 거래일 전 가중산술평균 주가에 30%를 할인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우 거래가 정지돼 과거 일정 기간 동안의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산출할 수 없었다. 이 경우 사채권자와 기업 간 협의를 통해 행정명령으로 전환 방법과 조건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회사채 만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출자전환 가액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흑자전환에는 금융당국이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한 결과 막대한 대손충당금 환입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는 것은 기업가치를 낮게 본다는 것"이라며 "낮은 기업가치를 반영해 출자전환 가격을 더 하향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시장에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우조선해양 경우 업황뿐 아니라 회계 투명성에 대한 검증까지 영향을 미쳐 장기간 주가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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