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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희생으로 번 '금융수익 1.4조' [정성립號 대우조선 명암]④채무조정 이익 발생, 구조조정 비용 충당 '흑자 유지'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21 08:37:37

[편집자주]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을 맡은지 3년여가 흘렀다. 벼랑 끝 위기 속에서 40년 내공의 베테랑은 다급히 호출됐다. 9년만의 복귀다. 생존의 기로에 섰던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생존의 기쁨은 크지 않다. '대마불사의 끝판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부담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정 사장의 공과와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9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가장 큰 수익원은 채권단이었다. 채권단의 지원 덕분에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 1조 4000억원의 금융수익을 거뒀다. 이 수익이 없었더라면 순익 흑자전환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융수익으로 각종 구조조정 비용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공신이 경영진이 아닌 채권단이라는 뼈있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괄목할만한 수익성 개선 성과를 보여줬다.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전년 1조 5308억원 적자에서 733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익 역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 재무제표 곳곳에 상흔이 뚜렷하다. 자산 손상차손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은 수주 물량 감소와 시황 악화로 인해 가치가 크게 떨어진 자산들에 대해 손상검사에 나섰다. 이어 자산 장부가보다 회수 가능 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됐을 때 차액만큼 비용 처리도 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투자 부동산 등 보유 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총 6166억원이 손실처리됐다. 해양·특수선 미청구공사 손실 금액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청구공사는 매출로 인식은 했지만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미수 채권을 말한다. 미청구공사는 조선업 수익성 악화의 원흉이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조선사가 미청구공사 프로젝트의 매출 원가를 조정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말까지 해양·특수선 부문 손상차손 누계액이 6515억원을 넘어섰다. 전년과 비교하면 손실액이 3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우발손실도 3615억원이나 발생했다. 이렇게 지난해 대우조선이 영업외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1조 5433억원에 달한다. 외환선물거래 평가손익과 유형자산 손상차손 환입분, 금융자산 처분익 등 상쇄 요인을 감안할 경우, 순수 구조조정 비용은 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대우조선

대규모 구조조정 손실 여파에도 대우조선이 당기순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금융수익 영향이 크다. 작년 대우조선의 금융수익은 무려 1조 4498억원에 달한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금융수익은 대부분 채권단 자금이다.

대우조선은 작년 3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출자전환, 만기연장, 금리조건 변경 등을 포함한 채무 조정에 합의했다. 채무조정 대상 금액은 3조 8340억원이 넘는다. 단기차입금이 1조 609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사채(1조3500억원)와 장기차입금(6806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채무조정 금액 가운데 76.9%에 해당하는 2조 9496억원이 출자전환 대상이 됐고, 나머지 8843억원은 채무 상환 유예와 금리 하락 등 조건 변경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작년 8월 총 7991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출자전환됐다. 주요 채권자인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출금 1조 2847억원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도 했다. 해당 전환사채는 현금 결제 의무가 없어 자본으로 분류됐다.

채무 조정을 거친 채권은 상환 유예기간이 6년이나 10년으로 늘어났다. 또 이 기간동안 이자율도 1%로 고정됐다. 갚아야 할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되고, 사채 및 차입금 금리가 1%로 고정되면서 작년 한해 동안 1조 4250억원의 채무조정 이익이 발생했다. 채무조정 이익은 모두 금융수익으로 인식됐다. 채권단의 희생 덕분에 수 조원의 영업외 수익을 거둔 셈이다.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구조조정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순이익 달성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이 자금 회수와 이자수익을 포기한 대가로 대우조선 수익성이 개선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다른 조선 빅3와 달리 채권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런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실적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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